고대 페루를 지배한 부족이 환각제가 든 술을 집단적으로 마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학계는 통치자들이 이 술로 사람들을 통제한 것으로 추측했다.
국제 학술지 앤티쿼티(Antiquity)는 최신호를 통해 안데스 산맥 고지대 일부를 지배한 와리(Wari) 부족의 유적에서 강력한 환각물질이 든 치차 흔적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와리 부족은 서기 600~1000년 현재의 페루 도시 아야쿠초에서 약 10㎞ 떨어진 지역을 거점으로 융성했다. 이들의 유적지에서는 다량의 치차 제조시설이 발굴됐는데, 여기 들어간 베리 비슷한 후추 열매에서 환각성분이 검출됐다.
유적 조사팀 관계자는 "치차는 남미 원주민들이 즐겨 마신 막걸리 비슷한 술"이라며 "치차는 부족에 따라 서로 다른 열매나 씨앗을 발효해 완성했는데 와리족의 것에는 환각 성분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조사팀에 따르면 치차 속 열매의 환각성은 매우 강력한 마약 디메틸트립타민(DMT)과 맞먹는다. 이 성분은 약 4000년 전 남미의 여러 부족 통치계급, 특히 샤먼들이 코담배를 통해 흡입했다.
치차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조사팀은 와리족 우두머리들이 자주 연회를 열고 부족민들에 환각 치차를 제공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즉 부족 전체에 강력한 환각제를 제공함으로써 보다 쉬운 통제를 도모한 것으로 봤다.
조사팀 관계자는 "예로부터 안데스의 고대 문명들은 펜에틸아민 계열 또는 산페드로선인장 같은 아나데난테라속 식물에 든 메스칼린 같은 환각제를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미의 고대 제국이나 부족은 환각제를 고위층이나 통치자 등 일부 엘리트만이 향유했다"며 "이를 사회 구성원들과 나눴다는 것은 통치 목적 외에는 생각할 것이 별로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고대의 남미 부족이 사용한 빌카(willka) 같은 열매는 코로 흡입하면 아주 강한 향정신 작용을 일으킨다. 이를 경구 섭취하면 그 효과는 약해지지만 지속성이 한층 강화된다. 때문에 와리족 통치자들은 향정신성 열매를 담배 대신 술에 섞어 대중에 공급한 것으로 보인다.
조사팀은 고대 안데스를 다스린 부족들이 향정신성 약물을 통치에 동원한 것은 뜻밖의 발견이라는 입장이다. 안데스 부족들은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식물을 신성시했고 고위층에 한정해 계급구조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조사팀은 와리 통치자들이 치차에 환각물질을 넣은 것은 통치력이 약화된 데 대한 최후의 수단이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