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행성 중 전체적으로 푸른색을 띠는 천왕성과 해왕성. 질량과 크기, 대기 조성 등 공통점이 많은 두 별의 색깔이 뚜렷하게 차이가 나는 원인이 밝혀졌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행성물리학자 패트릭 어윈 교수 연구팀은 7일 발표한 논문에서 여러모로 닮은 천왕성과 해왕성의 색깔 차이가 확연한 것은 응축된 안개 층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천왕성과 해왕성의 질량은 각각 8.6832×㎏과 1.02413×㎏으로 지구의 약 17배다. 표면적도 8.084×㎢와 7.6183×㎢로 서로 비슷하다. 대기 구성 물질은 천왕성이 수소 83%, 헬륨 15%, 메탄 1.99%, 암모니아 0.01%, 에탄 2.5ppm, 에테인 1ppm, 해왕성이 수소 80%, 헬륨 19%, 메테인 1% 미만, 에테인 1.5ppm으로 흡사하다.
이렇게 닮은 두 행성이지만 색상은 같은 푸른색 계열일 뿐 사뭇 다르다. 가시광선으로 보면 천왕성은 연한 푸른색이고 해왕성은 보다 깊고 풍부한 검푸른 색을 띤다.
연구팀은 미 항공우주국(NASA)이 운용하는 허블 우주망원경과 지상의 제미니 노스 망원경이 각각 잡아낸 두 행성 이미지들을 조사에 활용했다. 우주와 지상의 망원경이 포착한 천왕성과 해왕성의 관측 데이터를 서로 보완하면서 두 행성의 대기 중에 부유하는 고체 또는 액체의 미립자, 즉 에어로졸 층을 모델화했다.
천왕성과 해왕성 모델은 높이가 다른 3개의 에어로졸 층으로 구성됐다. 이 중 행성 색깔에 영향을 미치는 층은 해왕성보다 천왕성이 더 두꺼운 안개 입자 층(에어로졸-2층)인 중산층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패트릭 어윈 교수는 “두 행성 모두 메탄 얼음이 중산층 입자에 응축돼 메탄 눈이 내린다”며 “천왕성보다 활발하고 요란한 대기를 가진 해왕성 쪽이 보다 효율적으로 메탄 눈을 생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사 내용을 종합하면, 천왕성보다 해왕성 쪽이 대기 중의 안개가 눈에 의해 잘 제거된다”며 “응축된 안개 층이 해왕성보다 두꺼운 천왕성 쪽이 더 하얗게 보이며, 같은 이치로 해왕성은 한층 깊은 푸른빛을 띠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만약 해왕성과 천왕성 모두 안개가 없다면 두 행성의 푸른빛이 대기 중에 흩어져 거의 비슷한 파란색으로 보일 것으로 추측했다.
천왕성과 해왕성의 색깔 차이가 나는 것은 ‘레일리 산란’의 일종이다. 빛의 파장보다 훨씬 작은 분자와 입자들에 의한 산란은 한낮 지구의 하늘을 푸르게 표현한다.
패트릭 어윈 교수는 “레일리 산란은 주로 파장이 짧은 푸른빛에서 발생한다. 산란된 붉은빛은 두 행성의 대기 중 메탄 분자에 의해 푸른빛보다 더 많이 흡수되는 것”이라며 “지구에서는 대기 중 질소 분자가 빛의 대부분을 산란시키는데 천왕성이나 해왕성은 주로 수소 분자가 그 역할을 담당한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두 행성 모델이 해왕성에서는 때때로 볼 수 있지만 천왕성에서는 그다지 관찰되지 않는 검은 반점을 설명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