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성이 몸집이 작은 행성들을 먹어치우며 덩치를 불린 새로운 증거가 발견됐다. 지구에 비해 반지름 11.2배, 부피 1300배, 질량은 318배 큰 목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행성이다.
네덜란드 라이덴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논문에서 두툼한 가스에 싸인 목성 내부를 분석한 결과 작은 행성들의 잔해가 무수히 발견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목성이 행성 형성의 초기 단계에 해당하는 미행성들의 응집(충돌)이 거듭되며 만들어졌다고 결론 내렸다.
연구팀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목성 탐사선 주노 및 갈릴레오가 수집한 중력 데이터를 토대로 두꺼운 가스 너머 목성의 내부 구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목성 내부에는 중원소가 놀랄 정도로 풍부하게 존재했다.
천문학에서 중원소 함량은 아주 중요하다. 천체를 구성하는 수소와 헬륨을 제외한 화학 원소로 만들어진 물질의 비율이 중원소 함량인데, 이는 일반 화학에서 사용하는 금속과 다른 개념이다.
조사 관계자는 “목성 내부에 중원소가 많다는 것은 그 기원이 행성계 형성 초기 단계인 천체 미행성 결합일 수 있다는 의미”라며 “이는 태양계의 다른 행성 기원에 관한 기존 학설을 수정할 가능성을 뜻하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 결과가 수수께끼의 행성 목성의 기원에 관한 두 가설 ‘페블 기원설’과 ‘미행성 기원설’ 중 후자를 지지하는 유력한 단서라는 입장이다. 지름이 약 1㎞로 아주 작은 행성인 미행성은 원시행성원반을 이루는 먼지와 기체가 결합해 탄생되는 것으로 여겨졌다.
‘페블 기원설’은 페블(pebble), 즉 작은 우주 암석들이 하나의 행성을 구성함을 의미한다. 페블은 조약돌이라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우주 공간의 거석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이번 연구가 뒷받침하는 ‘미행성 응집설(미행성 충돌설)’은 여러 미행성이 초반에 결합, 행성을 형성한 뒤 더 많은 미행성이 충돌하면서 목성 핵이 형성됐다는 주장이다. 잡아먹힌 미행성들은 태양계 초기 존재했던 작은 천체들로, 목성에 들러붙지 않은 것들은 지구나 화성 같은 암석형 행성의 토대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두 가설 중 어느 것이 맞는지 알아보기 위해 중력 데이터를 조합해 목성 내부를 살폈다. 행성 내부를 살필 경우 지구에서는 지진계를 사용하지만 목성에 그런 기기를 설치할 지표가 존재하지 않기에 코어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낮다.
따라서 연구팀은 주노와 갈릴레오 탐사선이 모은 중력장 데이터를 조합해 컴퓨터 모델을 구축했다. 이 과정을 통해 목성과 합체된 암석 물질에는 중원소가 풍부하게 함유돼 있고 고밀도의 고체가 형성돼 대기압보다 강한 중력이 발생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조사 관계자는 “중력의 근소한 변화를 바탕으로 목성 내에 있는 암석 물질의 위치를 맵으로 구성했다”며 “그 결과를 보면 목성의 중원소 질량은 지구 1130개 분량(목성 질량의 39%)에 해당해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페블 기원설로는 이런 고밀도 중원소의 설명이 불가능하다. 만약 목성이 페블로부터 탄생했다면 충분히 크게 성장한 뒤 가스 강착이 시작됐을 것”이라며 “그 압력에 의해 암석이 강착되지 않아 중원소는 이번에 밝혀진 양보다 훨씬 적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즉 미행성들의 결합에 따라 목성은 가스 강착이 시작된 뒤에도 계속해서 다른 미행성들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긴 것으로 연구팀은 추측했다. 중력으로 당기는 힘이 가스 압력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력에 의해 암석끼리 합체를 거듭하며 성장한 목성은 이윽고 먼 곳에 있는 가스(주로 태양의 흔적인 수소와 헬륨)까지 끌어들였고, 마침내 현재의 거대한 가스 행성으로 거듭났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이는 지금까지 제기된 ‘페블 기원설’을 완전히 부정한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태양계의 다른 행성의 기원 이론을 일부 수정할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태양계 최대 행성인 목성의 중력은 다른 행성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여겨져 왔다. 토성이나 천왕성, 해왕성 등 다른 거대 가스 행성 또한 그 기원이 미행성 충돌일 가능성을 열었다는 데서 이번 실험은 의미가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