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 ‘베누(101955 Bennu)’의 지표면이 당초 학자들의 예상과 전혀 다른 돌조각투성이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소행성 탐사선이 채취한 ‘베누’ 표면 샘플의 1차 분석 결과 드러났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8일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공식 유튜브 채널에 게재한 영상을 통해 탐사선 ‘오시리스 렉스(OSIRIS-REx)’가 채취한 ‘베누’ 샘플의 1차 분석 성과를 공개했다.
1분20초가량의 영상은 지난 2020년 10월 21일 실시된 NASA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 렉스’의 ‘베누’ 샘플 채취를 재현했다. 이 영상은 소행성의 표면이 작은 돌덩이들로 무수하게 뒤덮여 있으며, 그 조직이 아주 성글다는 것을 보여준다.
당시 ‘오시리스 렉스’ 탐사선은 기체 하부에 장착된 샘플 채취 장비 ‘TAGSAM(Touch-And-Go Sample Acquisition Mechanism)’을 늘린 채 천천히 수직 하강했다. ‘베누’ 지표면 접촉 약 1초 뒤 TAGSAM 끝부분으로 샘플을 감아올리기 위해 질소 가스를 분사했고, 다시 9초 후 반동추진엔진(thruster)을 가동해 ‘베누’ 표면으로부터 급히 날아올랐다.
NASA 관계자는 “‘베누’처럼 돌 잔해가 느슨하게 집적해 만들어진 일명 ‘돌무더기 소행성(rubble-pile asteroid)’은 중력이 약하지만 상부 층이 단단하게 압축되지 않아 표면 바로 아래는 저밀도의 약한 결합 상태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성질의 지표면은 샘플 채취가 이뤄진 장소뿐 아니라 ‘베누’ 전체에 고르게 분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샘플 채취에 나선 ‘오시리스 렉스’의 TAGSAM은 바위나 조약돌이 느슨하게 집적한 탓에 ‘베누’ 표면에서 50㎝ 아래까지 가라앉았다. 샘플 채취 시 말려 올라간 돌조각은 무려 6t으로 추산됐다.
NASA는 ‘베누’ 표면 상태가 아이들이 노는 볼풀(ball pool) 같다는 입장이다. NASA 관계자는 “만약 ‘베누’로부터 이륙하기 위해 반동추진엔진을 가동하지 않았다면 ‘오시리스 렉스’는 늪 같은 ‘베누’ 표면에 가라앉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베누’는 아폴로 소행성군에 속하는 소행성으로 1999년 9월 11일 처음 발견됐다. 지름이 500m 미만으로 작지만 지구 충돌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유명해졌다.
당초 학자들은 지상이나 우주로부터의 입수한 관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베누’의 표면이 매끄러울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2016년 발사된 ‘오시리스 렉스’가 2년여 뒤 보낸 ‘베누’ 데이터 분석 결과 표면은 작은 돌조각이 흩어진 것으로 추측됐다. NASA는 다시 2년 뒤 실제로 채취된 ‘베누’ 샘플을 1차 분석한 결과 이 생각이 맞았다고 결론 내렸다.
NASA 관계자는 “이번 성과는 다른 소행성의 관측 데이터를 보다 분명히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미래 소행성 탐사 미션이나 충돌 가능성이 있는 천체의 방향을 임의로 바꾸는 행성 방어 분야에도 응용 가능하다”고 기대했다.
‘오시리스 렉스’는 2021년 5월 ‘베누’를 떠나 지구로 향하고 있다. NASA는 2023년 9월 24일경 지구 대기권으로 진입하는 샘플 캡슐을 회수해 보다 체계적인 분석에 나설 계획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