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급한 재해 시에는 사람이 반려동물을 데리고 피신할 대피소가 필수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관련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을 경우 대피를 망설이던 사람이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에 관심이 쏠렸다.

호주 제임스쿡대학교 연구팀은 지난달 28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사람과 동물이 위급 상황에서 함께 몸을 피할 시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화재나 지진, 홍수 등 자연재해는 물론 가정폭력 같은 다양한 유형의 재난 시 키우던 동물과 신속하게 피신할 시설이 중요하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연구팀은 인간과 반려동물의 유대가 과거에 비해 상당히 강해졌고, 주인에게 사랑하는 개나 고양이, 새 등 동물은 가족만큼이나 소중한 존재로 인식되는 점에 주목했다. 재난 시 서둘러 피할 필요성을 직감하더라도 동물을 데리고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많은 사람이 피난을 망설이게 된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2022년 러시아의 침공에 방공호로 피한 우크라이나 사람들. 많은 이들이 반려동물을 데리고 피난길에 올랐다. <사진=지하철에 마련된 임시 피난처에 반려견을 안은 채 선 노인 <사진=Deborah Von Brod 트위터>

조사 관계자는 “과거 27년간 다양한 국가에서 행해진 42개 연구를 분석한 결과, 재해 등 긴급 상황에서 동물을 수용하는 피난처가 있는 경우는 드물었다”며 “이 경우 인간 이재민이나 피해자가 상당한 곤경에 처했고, 일부는 재난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재민 또는 피해자를 지원할 때 키우던 동물까지 고려하는 경우는 지금도 많지 않다”며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수많은 피난민이 동물을 데리고 집을 떠났지만 받아주는 시설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조사에 따르면, 다양한 국가에서 지진이나 화재와 같은 자연재해가 닥쳤을 때, 이재민들이 반려동물을 지키려 집에 남았다. 가정폭력의 경우, 피해자가 소중한 동물과 떨어지지 않으려는 생각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망설였다. 일부는 폭력을 행사하는 상대로부터 도망치더라도 동물에 해를 가하겠다고 협박하면 집으로 돌아갔다.

동물들과 함께 피신할 곳이 많아지면 위급 상황에서 망설이지 않고 반려동물과 대피할 수 있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동물의 권리를 제대로 지켜주는 노력이 수용소나 피난처 마련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조사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인식의 전환”이라며 “‘그깟 동물’ 또는 ‘파충류도 반려동물인가’ 등 편견이 여전하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반려동물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 인간과 동물 모두의 비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긴급 시 반려동물을 받아줄 대피소나 보호시설을 마련하는 한편, 사회 구성원으로서 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를 정부 차원에서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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