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조(큰거문고새, Lyrebird)는 벌레가 통통하게 살찔 때까지 키워 잡아먹는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부 학자는 생존을 위해 식물을 기르는 고퍼와 같이 금조가 농사를 짓는 동물이라고 평가했다.

호주 라트로브대학교 야생동물 연구팀은 금조의 희한한 먹이활동 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12일 발표했다. 공작과 비슷하게 생긴 금조는 호주 고유종이자 국조로, 놀랄 만한 성대모사 능력으로 유명하다. 국민적 사랑을 받는 금조는 호주달러 10센트 동전의 모델이기도 하다.

야생 금조를 오래 추적관찰한 연구팀은 이 새가 의도적으로 낙엽이나 흙을 갈아엎고 먹잇감인 지렁이나 지네, 거미를 키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런 습성은 금조의 생존에 필요할 뿐만 아니라 숲을 가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연구팀은 결론 내렸다.

호주 국조로 사랑받는 금조 <사진=Donovan Wilson>

라트로브대 동물학자 알렉스 메이지 연구원은 "이번 생태 관찰에서 금조는 거미와 지네류 등 즐겨 먹는 사냥감을 좋은 환경에서 사육했다"며 "그 목적은 다름 아닌 먹이를 통째로 살찌게 해서 맛있게 먹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조가 땅을 파헤쳐 낙엽과 고루 섞이게 하는 행위가 어떤 효과를 내는지 인공적으로 구현한 토양으로 알아봤다"며 "확실히 벌레가 더 튼실하게 자랐고 서식하는 벌레의 종류도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금조처럼 인간의 농경과 비슷한 행위를 하는 동물은 매우 드물다. 미국 플로리다대학교 연구팀은 2022년 낸 논문에서 고퍼들이 판 땅굴 내부 여기저기 뻗어 나온 대왕송 뿌리가 농경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식물 뿌리나 가지, 잎을 먹는 고퍼. 땅굴을 비집고 나온 대왕소나무 뿌리를 가꿔 먹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금조가 벌레들을 사육해 살찌운 뒤 잡아먹는 일종의 농경 행위가 숲도 건강하게 만드는 점에 주목했다. 이번 조사에서 호주 금조들이 나르는 낙엽과 흙은 숲 1ha(헥타아르, 1만㎡) 당 평균 155t이나 됐다. 땅에 묻힌 축축한 낙엽과 잔가지에는 산불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어 숲 생태계가 보전된다고 연구팀은 평가했다.

알렉스 메이지 연구원은 "금조는 수백만 ha의 숲을 활동 무대로 삼는다"며 "이들의 농경 행위는 산림의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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