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 문명을 상징하는 미라는 의외로 달콤한 향을 풍긴다는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미라의 향이 빈티지 와인이나 향수와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과 슬로베니아 루블랴나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고대 이집트 미라의 냄새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집트박물관과 협력해 고대 이집트 미라의 냄새를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시신의 냄새를 조사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흥미로운 데다, 미라 보존 기술의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어 학계의 관심을 모았다.

연구팀은 이집트박물관이 보관 중인 미라 9구를 분석했다. 그 결과 방부 처리해 관에 안치한 지 5000년이 지난 미라는 달콤하고 때로 매콤하며 은은한 우디향(나무 등 자연계열 향)을 발산했다.
루블랴나대 엠마 파올린 연구원은 “미라는 부패하지 않고 오랫동안 보존된 상태를 유지한 시신”이라며 “고대 이집트의 미라처럼 인공적으로 방부처리된 것도 있고 자연환경에 의해 보존된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집트 미라의 경우 신왕국 시대(기원전 1500년경)부터 로마제국의 속국이던 시대(기원전 500년경)의 것까지 연대가 다양하다”며 “천에 싸인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것, 석관 또는 목관, 테라코타 관에 담긴 것 등 보관 형태도 제각각”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미라가 손상되지 않도록 주위의 공기를 펌프로 빨아들인 뒤 흡착관을 사용해 봉투에 모았다. 이를 고도로 훈련된 조향사 등 향기 전문가에 맡게 하고 13가지 카테고리에 따라 평가했다.
엠마 파올린 연구원은 “전문가들은 5000년이 지났는데도 미라들이 기분 좋은 냄새를 풍긴다고 입을 모았다”며 “9구의 미라 중 7구에서 우디향이 났고, 6구에서 매콤한 계열의 향이, 5구에서 달콤한 향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각 향은 미라 제작에 사용된 재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된다”며 “가스 크로마토그래피 질량분석(GC-MS) 장치를 사용해 미라의 휘발성 화합물을 조사한 결과 냄새원은 주로 4가지”라고 전했다.

4가지 냄새원은 미라 제작 시 사용한 물질, 미생물의 생성물, 합성살충제, 시신 보존을 위한 식물성 기름이다. 또한 박물관 창고에 보관된 미라보다 전시품의 냄새원이 더 다양하고 강했다.
미라의 냄새는 대체로 빈티지 와인 같은 느낌인데, 미라 제작에 들어간 원료들의 화합물과 무관한 냄새여서 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엠마 파올린 연구원은 “인간이 냄새를 느끼는 방식은 상당히 복잡하다. 썩은 생선 냄새는 일반적으로는 악취지만 향긋하다고 느끼는 이도 있다”며 “이번 실험은 인간의 감상과 화합물의 불일치가 후각에 미치는 영향을 돌아보게 한다”고 강조했다.
이집트박물관은 연구팀과 연계해 미라의 향을 인공으로 합성할 계획이다. 이 시도가 성공하면 향후 이집트박물관 방문객들은 인공 미라 냄새를 체험하게 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