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버즈 라이트이어’에 출연한 배우 크리스 에반스(42)가 극중 동성 키스에 대한 반발을 정면 비판했다. 자신이 바라는 것은 성소수자가 특별하지 않다는 걸 대중이 인정하는 거라고 강조했는데, 어째 최근 계속되는 디즈니의 PC 논란에 기름을 부은 모양새다. PC란 'political correctness'의 준말로 편견이 섞인 표현을 쓰지 말자는 사회운동을 뜻한다.
크리스 에반스는 최근 버라이어티와 인터뷰를 갖고 지난 6월 개봉한 영화 ‘버즈 라이트이어’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극 중에 여성끼리 키스신이 등장하는 것을 둘러싼 논란에 “전혀 이상한 장면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크리스 에반스는 “디즈니가 동성 키스신을 잘라냈다가 복원한 것은 멋진 결정”이라며 “영화 제작자나 팬, 배우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물론 출연한 저 역시 기쁘다. 다만 이 일이 화제가 되는 게 억울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것이 일일이 뉴스가 된다는 건 성소수자 이슈가 여전히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의미”라며 “우리 목표는 성소수자들이 미지의 영역이 아니라 일반인과 같다는 걸 대중이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배우로서 LGBTQ가 일반 대중과 다를 바 없이 인식되는 콘텐츠를 만드는 게 사명이다. 그 첫걸음이 될 작품에 참여한 게 영광”이라며 “우리 목적을 성취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거라는 건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크리스 에반스는 “대중이 깨어날 때마다 사회는 진보해 왔다. 미국의 이야기, 인간의 이야기는 항상 사회가 깨어 성장해 가는 것”이라며 “겁이 많고 무지하며, 옛 가치관에 매달리려는 사람들은 어디나 존재한다. 다만 그런 사람들은 공룡과 똑같이 멸종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영화 ‘버즈 라이트이어’는 픽사의 걸작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 시리즈의 주요 캐릭터 버즈의 탄생 비화를 그린 작품이다. 크리스 에반스는 주인공 버즈 목소리를 열연했다.
당초 디즈니는 이 영화 속에 디즈니 픽사의 장편 애니메이션 최초로 동성 키스신을 넣었다. 이 장면은 내부 논의 끝에 제작 과정에서 한차례 잘렸다가 미국 플로리다 주정부가 저학년 성소수자 이슈 논의를 금지한 일명 ‘돈 세이 게이(Don't say Gay)’ 법안을 통과시킨 뒤 전격 부활됐다.
다소 자극적인 크리스 에반스의 이번 발언은 영화 등 대중 매체가 성소수자 이슈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이들의 환영을 받았다. 반대로 영화같이 널리 소비되는 콘텐츠야말로 대중적이어야 하며, 성소수자 이슈를 넣는다고 그들이 제대로 존중받는다는 생각은 착각이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일부 팬은 디즈니가 전체관람가인 ‘버즈 라이트이어’에 동성애자 키스신을 넣은 건 오만이라고 혀를 찼다. 크리스 에반스가 디즈니의 잘못된 변화를 이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디즈니는 회사 차원에서 LGBTQ 이슈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영화 ‘이터널스’에 첫 동성애 히어로가 등장했고 드라마 ‘로키’의 주인공 로키는 양성애자로 묘사됐다. 디즈니는 지난해 7월 공식 행사에서 향후 더 많은 성소수자 캐릭터를 만들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는 디즈니나 마블뿐 아니라 DC 등 다른 제작사도 찬동하는 분위기여서 영화팬들 사이에서는 논란이 뜨겁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