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이 뛰어난 동물로 유명한 수달이 동료와 협력해 난관을 극복한다는 새 연구결과가 나왔다. 문제 해결 방법을 모르는 어린 개체들은 나이 많은 동료를 관찰해 해결책을 터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엑시터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학술지 ‘로열 소사이어티 오픈 사이언스(Royal Society Open Science)’에 낸 논문에서 수달이 인간처럼 동료와 스킬을 서로 가르치고 배운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수달들은 단독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운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연구팀은 수달의 사회성과 지능 공유, 학습 능력을 관찰하기 위해 뉴퀘이동물원과 타마르 수달‧야생동물센터의 협조를 받아 작은발톱수달 20마리를 동원한 실험에 나섰다. 

우선 연구팀은 탭이나 플랩을 당겨 열도록 설계된 5가지 먹이 통에 수달에게 주로 급여하는 미트볼을 숨겼다. 대조 실험을 위해 무지개송어와 게, 홍합 등 자연산 사냥감 역시 먹이 통에 넣어 준비했다.

야생 수달은 적어도 4마리, 많게는 20마리가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 <사진=pixabay>

그 결과 수달들은 저마다 머리를 써가며 장치에서 음식을 빼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처음부터 먹이를 빼지 못한 개체들은 동료의 행동을 유심히 보고 그 방법을 터득했다.

심지어 수달들은 음식이 안전한지, 먹기 적합한지 알기 위해 서로 정보를 교환했다. 이는 먹이를 한 개체가 먼저 먹어보고, 이를 다른 개체들이 유심히 지켜보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실험 관계자는 “사냥감을 빼내는 과정을 통해 수달의 학습능력을 들여다보는 연구는 주로 사람이 만든 먹이를 활용해 왔다”며 “이번 연구는 사육되는 수달들이 인공적 먹이뿐 아니라 생소한 자연적 먹이에도 적응력을 발휘하는지 발휘되는지 알아본 것”이라고 전했다.

똑똑한 수달에게 도구 사용은 예사다. <사진=pixabay>

이어 “수달은 단독으로 퍼즐 같은 먹이 통 안에서 낯선 음식을 꺼낼 수 있다. 그 방법을 모르는 개체는 동료가 하는 걸 물끄러미 바라본 뒤 따라했다”며 “심지어 음식의 안전성 여부를 따지기 위해 대표가 먼저 먹는 놀라운 지능과 사회성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실험에 동원된 수달 그룹이 뛰어난 지능, 결속력(사회성), 학습능력을 보인 것은 집단생활의 영향이라고 결론 내렸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들 수달은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고 집단으로 먹이활동을 해왔다.

실험 관계자는 “수달들은 처음 보는 먹이 장치 등 환경적으로 새 요인이 발생하면 똘똘 뭉쳐 그 내용을 파악하고 신중하게 행동한다”며 “동물원에서 사육되는 수달은 처음에는 자연환경을 본뜬 사냥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20마리 중 11마리가 사냥감 모두를 꺼내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수달은 사회성이 뛰어난 동물로 유명하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이번 실험에서 수달이 대체로 나이가 많을수록 영리하다는 점도 알아냈다. 퍼즐처럼 복잡한 통에서 먹이를 꺼내는 속도 역시 오래 산 개체가 빨랐다. 어린 개체들은 처음에는 통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다가 연장자 시범을 보고 방법을 알아차렸다. 이런 점에서 연구팀은 수달들의 지능이 사람처럼 경험의 영향을 받는다고 추측했다.

실험 관계자는 “20마리 수달 각각의 사회적 상호 관계를 추적한 결과 마리당 한 마리 이상과 관련성이 나타났다”며 “문제를 빨리 해결한 개체일수록 친밀도가 높은 동료가 많았다. 이는 인간과 아주 흡사한 양상”이라고 놀라워했다.

최소 4~12마리, 많게는 20마리가 뭉쳐 사는 사회적 동물 수달은 평생 동료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달 가족은 부모와 몇 세대에 걸친 새끼로 구성되며 나이가 많은 새끼가 다음 개체, 그러니까 동생을 키우는 데도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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