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가 어린이 및 가족 전용 채널에 첫 트랜스젠더 캐릭터를 투입,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최근 마블이나 픽사 등 자회사 작품을 통해 LGBTQ(성소수자) 이슈를 다루는 디즈니는 어린이들에게 성의 다양성을 알릴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가족드라마에 트랜스젠더가 웬 말이냐는 반발도 만만찮다.
디즈니채널 인기 시리즈 ‘레이븐의 집(Raven’s Home)’에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 니키가 등장한 건 지난 8일(현지시간)이다. 시즌5 15회에 첫 데뷔한 니키는 디즈니채널 실사 작품에 투입된 첫 트랜스젠더 캐릭터다.
에미상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던 ‘레이븐의 집’ 출연자 중에 트랜스젠더가 포함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를 의식했는지 15회 방송 당시 에피소드의 각본을 맡은 노리 리드는 인스타그램에 제법 긴 글을 게재했다.
“제가 자란 켄터키의 작은 시골마을은 주민 모두 기독교인이었다”고 운을 뗀 노리 리드는 “동성애자임을 숨긴 저 같은 아시아계 어린이를 결코 달가워하지 않는 곳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미국의 많은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저는 학교에서 돌아와 디즈니채널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며 “아무리 드라마를 봐도 저 같은 경험이나 정체성 혼란을 겪는 아이가 나오지는 않았다. 세상에 나란 존재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슬펐다”고 덧붙였다.
노리 리드는 “저 같은 어린이들이 지금 디즈니채널을 틀고 그들이 공감할 트랜스젠더 캐릭터를 접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다”며 “남들과 다른 아이들에게 세상에 존재할 곳이 있다는 명확한 메시지가 전달되도록 기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레이븐의 집’에서 니키를 연기한 줄리아나 조엘 역시 인스타그램을 통해 LGBTQ인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노리 리드가 올린 글에도 적극 동의했다. 그는 “플로리다에서 자란 저는 다른 많은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디즈니채널, 특히 ‘레이븐의 집’ 출연을 꿈꿨다”며 “푸에르토리코 가정 출신인 저 같은 사람이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더욱이 저는 트랜스젠더다. 그럼에도 디즈니채널에서 성전환자를 연기했다니 꿈만 같다”고 털어놨다.
특히 그는 “세트에 들어갔을 때부터 감정이 올라왔다. 분장실에서 혼자 펑펑 울었다.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에서 새 역사를 쓴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며 “이 경험은 동경하던 방송에 출연한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의견에 동조하는 시청자들은 디즈니가 어린이채널을 통해 더 적극적으로 성소수자 이야기를 들려줘야 한다고 바랐다. 다만 한편에선 아이들이 보는 프로그램에 성전환자를 출연시키는 것은 난센스라는 비판도 거세다. LGBTQ는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굳이 미디어를 통해 그들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더욱이 저학년 아이들이 즐겨 보는 인기 프로그램에 LGBTQ 이슈를 집어넣는 것이 과연 성소수자 권익 신장에 도움이 되는지 ‘레이븐의 집’ 제작자는 생각해 보라는 비판도 쏟아졌다.
전사적으로 LGBTQ 이슈에 대응하는 디즈니는 픽사의 최신 영화 ‘버즈 라이트이어’에 동성애자 키스신을 넣었다. 마블 영화 ‘이터널스’에 이미 동성애 히어로가 등장했고 드라마 ‘로키’의 주인공 로키는 양성애자로 묘사됐다. 디즈니는 지난해 7월 공식 행사에서는 향후 더 많은 성소수자 캐릭터를 만들 것이라고 예고, 논란이 됐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