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에 무려 700번 넘게 회전하는 펄사(Pulsar) ‘PSR J0952-0607’이 관측 사상 가장 무거운 천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017년 첫 관측된 ‘PSR J0952-0607’은 중성자별의 일종인 펄사 중에서도 회전속도가 너무 빨라 밀리세컨드 펄사로 분류됐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논문을 내고 태양계 바깥에 존재하는 300개 정도의 중성자별을 관찰한 결과 밀리세컨드 펄사 ‘PSR J0952-0607’이 가장 무거운 별이라고 전했다. 육분의자리(Sextans) 인근에 자리한 이 천체는 펄사 중에서도 자전 주기가 극단적으로 빠르다.

‘PSR J0952-0607’은 1초에 무려 717회 자전한다. 1분으로 따지면 4만3020회다. 이는 우리은하의 중성자별 중 가장 빠르고, 지금까지 발견된 모든 중성자 별 중에서도 두 번째로 빠른 기록이다.

연구팀이 이 천체에 관심을 가진 진짜 이유는 ‘PSR J0952-0607’이 밀리세컨드 펄사이면서 아주 드물게 반성(companion star)을 지녔다는 사실이다. 반성이란 쌍성 등 연성을 이루는 천체 중에서 질량이 상대적으로 작은 쪽을 말한다.

항성이 죽음을 맞이하면서 생성되는 중성자별의 자전 속도는 원래 빨라야 1초에 1회전 정도가 한계다. 때문에 밀리세컨드 펄사는 통상 생성되지 않는다. 다만 ‘PSR J0952-0607’에는 반성이 있고, 이것이 바로 초고속 자전의 비결로 여겨져 왔다.

밀리세컨드 펄사 'PSR J0952-0607'과 반성의 상상도 <사진=NASA 고다드우주비행센터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반성은 과거 일반적으로 가벼운 항성이었고 생애 말기 팽창하는 적색거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바깥쪽 가스가 중성자별로 떨어지고 그 운동에너지가 중성자별의 자전을 가속시킨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쌓인 물질은 이윽고 에너지를 방출하게 되므로 반성의 바깥쪽을 날려 버렸을 것”이라며 “이렇게 자전 속도가 점점 가속된 결과 중성자별은 밀리세컨드 펄사가 되고, 탄생 직후와 비교했을 때 질량이 추가되기 때문에 중성자별 한계 질량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이 ‘PSR J0952-0607’의 질량을 측정할 수 있었던 것도 반성 덕이다. 조사 관계자는 “밀리세컨드 펄사가 반성을 가질 경우 질량을 정확하게 측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며 “시선속도(관측방향에 대한 천체의 움직임)와 공전주기로부터 케플러 제3법칙(조화의 법칙)에 따라 계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PSR J0952-0607’의 밝기가 23등급으로 매우 어둡다는 점이었다. 10m 급 대구경 망원경으로도 시선속도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때문에 연구팀은 ‘PSR J0952-0607’ 자체가 아닌 반성에 더 집중했다.

조사 관계자는 “반성은 중성자별이라는 막강한 중력원 근처에 있기 때문에 지구에서 본 달처럼 항상 같은 면을 중성자별을 향하는 조석고정 상태”라며 “중성자별 방사는 반성의 한쪽 면만을 최고 약 5900℃까지 가열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수준의 방사는 G1형 항성(태양은 G2형)에 대응하기 때문에 스펙트럼을 통한 시선속도를 측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켁I 망원경으로 관측한 밀리세컨드 펄사 'PSR J0952-0607'과 반성 <W.M.켁천문대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하와이 W.M.켁천문대의 켁I 망원경을 통해 4년간 총 6회(회당 레이저 방사 시간 약 600~900초)에 걸쳐 ‘PSR J0952-0607’과 반성을 관찰했다. 그 결과 구경 10m의 켁I 망원경으로도 시선속도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측정값을 토대로 연구팀은 ‘PSR J0952-0607’의 공전궤도가 지구에서 볼 때 59.8±1.9° 기울어져 있음을 알아냈다. 여기에서 ‘PSR J0952-0607’의 질량이 태양의 2.35±0.17배임을 계산해냈다. 이는 현재까지 측정된 중성자별 중 가장 무거운 값이다.

기존에 알려진 펄사는 ‘PSR J0952-0607’을 포함해 12개다. 측정 가능할 정도로 반성이 밝은 것은 6개뿐이고 중성자별의 질량은 모두 ‘PSR J0952-0607’보다 가벼웠다. 때문에 이 고속으로 회전하는 펄사가 당분간 가장 무거운 중성자별 기록을 유지할 것으로 연구팀은 판단했다.

조사 관계자는 “통상 중성자별의 질량이 한계에 가까워지면 반성은 펄사에서 방출된 에너지로 결국 증발해 버린다”며 “대부분 밀리세컨드 펄사에 반성이 없는 것은 이미 증발해 버린 뒤 관측됐기 때문이며, ‘PSR J0952-0607’은 반성이 사라지기 전 상황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아주 진귀한 천체”라고 전했다.

펄사를 포함한 중성자별은 단적으로 말해 거대한 원자핵이다. 통상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가 몇 개에서 수백 개 결합한 직경 1000조 분의 1m의 극미한 존재다. 중성자별은 대부분 약 10의 57승, 즉 10아승기의 중성자로 이뤄지며 지름은 수십 ㎞다. 천체로 따지면 아주 작지만 질량은 최소 태양의 1.4배나 되며 평균 밀도는 1㎤ 당 10억t에 달한다.

'PSR J0592-0607'과 반성의 시선속도. 공전주기와 일치하는 시선속도의 변화가 관측됐다. <사진=스탠퍼드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이런 중성자별은 블랙홀을 제외하면 우주에서 가장 고밀도 천체로 알려져 있다. 인류가 블랙홀 내부를 실제 관측할 수 없는 이상 중성자별에서 물질의 한계 상태를 관찰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그 성질은 천문학뿐 아니라 핵물리학의 관점에서도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예컨대 중성자별 중심부는 극단적인 고밀도 상태이므로,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불안정하고 단시간밖에 존재할 수 없는 무거운 소립자나 복합 입자가 안정적으로 존재한다고 생각된다.

다만 중성자별의 한계 질량은 명확하지 않다. 중성자별조차 중력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는 시점(톨만-오펜하이머-볼코프 한계)은 이론상 태양 질량의 2.2배에서 2.9배로 그 폭이 제법 크다. 백색왜성에 해당하는 찬드라세카르 한계가 태양 질량의 약 1.38배로 명확히 정해진 것과 사뭇 다르다.

이유는 고밀도 중성자별에 가까운 환경을 실증하는 것이 현재 핵물리학으로는 어렵고 시뮬레이션에 불확실한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천문학자들은 우주에 실존하는 중성자별의 질량을 측정함으로써 이를 극복하려 해왔다.

참고로 중성자별 연성에서 반성이 증발되고 남은 것을 ‘블랙위도우 펄사(Black Widow Pulsar)’라고 부른다. 중성자별 입장에서 반성을 먹어버렸다고 보기 때문에 짝짓기 뒤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 흑색과부거미의 이름이 붙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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