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예로부터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보고 곡식 수확 시기와 우기를 파악했다. 별에 의지해 망망대해를 항해했고 별자리 변화를 따져 계절이 가고 오는 것을 미리 알았다.

이처럼 별은 인간의 삶과 깊이 연결돼 있다. 밤하늘에 자리한 별들을 일정한 위치에서 임의의 선으로 연결하고 동물이나 사물 이름을 붙이면서 수많은 별자리가 탄생했다.

현재 별자리는 명칭과 약호, 별자리 경계 등에 따라 88개로 정해져 있다. 이는 국제천문연맹(International Astronomical Union, IAU) 합의에 따른 결정이다. 별끼리 묶어 생기는 형태, 북두칠성이나 여름의 대삼각형 등 애스터리즘(asterism), 즉 성체와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학자들은 우주의 수많은 별자리를 왜 88개로 한정했을까. 별자리를 정하는 방식을 두고는 예전부터 의견이 분분했고,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20세기 초까지 별자리는 그 수나 명칭이 국가나 학파마다 제각각이었다.

예로부터 인류는 별자리를 이용해 방위나 계절 등을 파악했다. <사진=pixabay>

별자리의 난립, 혼란의 시대를 정리하기 위한 노력은 오래됐다. 별자리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고 느낀 그리스 학자 프톨레마이오스는 기원전 150년경 ‘알마게스트’를 펴냈다. 여기에는 황도를 따라 12개 별자리를 비롯한 48개 별자리가 기록됐다.

중세 유럽 국가에 전해진 프톨레마이오스의 48개 별자리는 대항해시대 이후 큰 변화를 맞았다. 남반구에 진출한 항해자들과 천문학자들이 차례로 새로운 별자리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남반구에서 보이는 별들로 만들어진 별자리, 작은 동물이나 기물의 별자리들은 48개 별자리를 꿰매듯이 추가됐다. 당시 천문학자의 경제적 후원자인 국왕과 귀족들도 앞다퉈 마음에 드는 별자리를 덧붙였다. 별자리 만들기가 유행하면서 각 경계선은 구불구불하고 기존 별자리와 같은 위치에 새 별자리가 겹쳐 대혼란이 빚어졌다.

19세기 초까지 별자리가 난립하는 사이, 망원경을 이용한 천체 관측이 발달하면서 보다 어두운 항성이나 변광성 명칭이 하나 둘 정해지기 시작했다. 이들의 위치를 나타내기 위해 표준 별자리 이름과 그 경계를 명확히 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현재 공식적으로 통용되는 88개 별자리의 분포도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공식 홈페이지>

1919년, 각국 천문학자로 구성된 국제 조직 IAU가 출범했다. IAU의 첫 번째 임무 중 하나가 바로 난립한 별자리 정리와 경계의 합리화였다.

1922년 제1차 IAU 총회에서는 최종 선별된 88개 별자리의 이름과 약호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1925년 제2차 총회에서는 별자리 경계선이 제안됐고, 1928년 제3차 총회에서 이를 온전히 채택했다.

이렇듯 IAU에 의해 프톨레마이오스가 처음 정한 48개 별자리에 후세에 고안된 남쪽 밤하늘 중심의 별자리들이 더해지며 최종 88개 별자리가 확정됐다. 오랜 세월 혼란 상태였던 밤하늘이 정리되고 세계 공통으로 사용되는 별자리 이름이 정해진 때는 제1차 IAU 총회로 본다. 즉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88개 별자리는 올해로 정립 100주년을 맞았다.

IAU의 노력으로 별자리의 경계는 적경·적위의 선을 따르는 직선으로 구분됐다. 항성은 반드시 어느 한 별자리에 중복 없이 속하게 됐다. 새로 발견된 천체들은 논란 없이 해당 별자리를 바탕으로 새로운 이름이 붙었다. 이런 성과들은 'Délimitations cientifique des constellations', 즉 '별자리의 과학적 경계'라는 책으로 정리돼 지난 1930년 공개됐다. 

유명 천문학자들은 물론 시민 참여도 활발한 IAUGA 2022. 2~11일 일정으로 부산에서 진행 중이다. <사진=IAUGA 2022 공식 홈페이지>

현재 IAU는 세계 각국 천문학자 1만2000명 이상이 회원으로 활동한다. 천체나 그 지형의 명명이나 별자리 정리와 같은 천문학에 관련된 사항에 대한 규칙을 정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천문학 관련 교육이나 세계 각지의 고른 천문학 발전을 위한 활동도 전개한다. 국제 협력에 의한 연구 역시 활발하다.

인류의 우주개발, 별자리 탐구에 이바지하기 위한 IAU의 제31차 총회(IAUGA 2022)는 코로나19 여파로 연기되다 현재 우리나라 부산에서 개최되고 있다. 2~11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이번 총회는 우주에 관심이 많은 어린이나 학생이 참가하는 세션도 다수 마련했다. 그간의 연구 및 IAU 시책에 대한 전문적 논의도 이뤄졌다. 공개 강연과 교육자를 위한 워크숍도 기획돼 관심을 모았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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