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엄청난 양이 발생하는 커피열매 껍질이 숲을 되살리는 마법의 거름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학교와 미국 하와이대학교 공동연구팀은 커피원두 가공 과정에서 제거되는 커피열매 껍질이 숲 재생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6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커피열매를 구성하는 펄프(pulp, 중과피), 즉 껍질이 숲 재생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가설을 세운 뒤 이를 입증하는 실험에 나섰다.
실험이 진행된 곳은 코스타리카 남부 코토 브루스 지역이었다. 이곳은 1950년대 벌목이 대규모로 진행되면서 산림훼손이 문제가 됐다. 울창한 숲이 커피농장과 목초지로 바뀌었고 2014년 기준 산림면적은 기존의 25%까지 줄어들었다.
연구팀은 코토 브루스 숲 지대 중 1400㎡ 규모의 구역 A와 B를 각각 지정했다. A구역에는 커피열매 펄프를 50㎝ 두께로 균일하게 깔았고, B구역은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
2년 뒤 관찰한 결과, A구역은 80%에서 새로운 나무가 자란 것이 확인됐다. B구역의 경우는 20%에서만 나무가 자랐는데, 대부분 외래종이었다. 연구팀 관계자는 “커피열매 펄프를 깔아둔 것만으로 2년 만에 작은 숲이 만들어졌다”며 “A구역에서 자라난 나무는 B구역에 비해 튼실하고 높이도 4배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커피열매 펄프가 탄소와 질소, 인 등 토양의 영양분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는 한편, 외래종 서식도 억제한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외래종은 원래 심은 초목의 성장을 방해할 뿐 아니라, 영양분을 닥치는대로 흡수하고 토질을 떨어뜨려 문제가 된다”고 언급했다.
이번 발견은 토질이 떨어져 나무 등 초목 생장이 몇 년간 퇴보하는 열대지방의 농지에 활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매년 엄청난 양이 쏟아지는 커피열매 찌꺼기를 처리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라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커피열매 껍질에서 펄프를 제거해 농가에 보급하는 과정은 다른 폐기물을 농업에 재활용하는 것보다 비용면에서도 유리하다”며 “이번 발견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합의된 대규모 산림재생 목표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팀은 이번 실험이 한정된 지역에서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진행된 만큼 추가 실험에 나설 계획이다. 연구팀은 향후 보다 긴 시간 동안 광범위한 지역에서 오렌지껍질 등 다른 식물성 폐기물들이 토양재생에 주는 효과를 분석할 예정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