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는 장마가 끝나면 찾아오는 불청객이다. 가뜩이나 잠 못 이루는 열대야, 겨우 한숨 붙이려는데 귓가에 '엥~' 모기소리가 울리면 짜증지수가 무한대로 올라간다.
신기하게도 세상에는 모기가 한 마리도 없는 지역이 있다. 외신에도 소개된 중국의 한 작은 마을의 사연은 기묘하기 짝이 없다. 분명 모기가 충분히 번식할 환경인데도 매년 여름 이곳에선 '엥~'하는 모기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약 100년이나 모기가 얼씬도 못하는 이 마을은 중국 푸젠성(복건성)에 자리한 무릉촌이다. 우리가 아는 그 환상의 별세게 '무릉도원(武陵桃源)'과 한자가 같다. 이곳이 현지 언론에 처음 소개된 건 지난 2016년. 왜 모기가 없는 지 여태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다. 때문에 인민망 등 유력 매체까지 여름이면 이곳의 미스터리를 소개할 정도다.
무릉촌은 나무며 화초 등 온통 녹색으로 둘러싸여 있다. 비옥한 토지 위에 군데군데 자리 잡은 저수지가 산세와 어우러져 한폭의 풍경화 같다. 중국의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한여름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는 이곳은 해충이 충분히 번실할 환경이지만 신기하게도 모기 한 마리 찾아볼 수 없다.
학자들은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현장을 찾아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다. 일부는 무릉촌이 해발 700m 고원에 위치한 점에 주목했다. 하지만 이 사실이 궁금증을 풀어주지는 못했다.
현재 가장 유력한 설은 믿기 어렵겠지만 '두꺼비 신의 수호'다. 실제로 소수의 주민이 사는 무릉촌 입구에 두꺼비 석상이 버티고 있다. 이 두꺼비는 입을 마을 쪽으로 향하고 있는데, 주민들은 때가 되면 제사를 지낼 정도로 지극정성으로 두꺼비 신을 모셔왔다.
실제로 현지 주민들 일부는 이 두꺼비 신이 마을을 지켜준다고 믿는다. 덕분에 이 마을에 근 100년간 모기가 얼씬도 못한다는 이야기는 노인부터 아이까지 두루 전해진다. 두꺼비나 개구리가 모기의 천적이란 건 상식이지만, 그 두꺼비 신이 마을을 지켜준다니, 과학적으로는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다.
일부 학자는 주민들이 인근 산중턱에 쓰레기를 갖다 매장하는 습관을 모기가 없는 원인으로 지목했다. 모기들이 쓰레기가 썩으면서 발생하는 냄새나 오물에 끌려 마을에는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 다만 이 역시 앞의 이야기만큼이나 설득력이 떨어진다.
마을의 미스터리가 퍼지면서 원인을 밝히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대도시의 한 대학 연구팀은 아예 올여름 이곳에 캠프를 차리고 모기가 없는 원인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방송사에서도 여르을 맞아 무릉촌의 미스터리를 앞다퉈 전하고 있다. 학자들의 노력으로 내년 여름까지 희한한 무릉촌의 비밀이 밝혀질 지 대륙이 지켜보고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