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의 실사영화 제작에 맛 들인 디즈니가 ‘백설공주’ 주인공으로 레이첼 지글러(20)를 발탁했다. ‘눈처럼 하얀 살결’을 가진 원작 속 백설공주에 남미 배우를 기용한 건 난센스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22일 데드라인에 따르면 디즈니는 실사판 ‘백설공주’의 타이틀롤에 가수 겸 배우 레이첼 지글러를 낙점했다. 영화 출연 경험이 전무한 그는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74)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주연에 이어 디즈니 대작 영화의 주인공을 꿰찼다.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화 업계와 팬들 사이에선 즉각 ‘파격 캐스팅’이란 평가가 나왔다. 레이첼 지글러가 영화 경력이 없는 신예라는 점, 그리고 콜롬비아계 미국인인 남미 혈통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디즈니가 '백설공주' 실사판 주인공으로 내세운 레이첼 지글러 <사진=레이첼 지글러 인스타그램>

까무잡잡한 건강한 피부색은 레이첼 지글러의 매력포인트가 틀림없다. 다만 역할이 백설공주라는 게 문제다. 백설공주를 탄생시킨 그림형제는 1812년 초판에서 백설공주를 ‘눈처럼 하얀 피부에 피처럼 새빨간 입술, 흑단처럼 까만 머리를 가진 아이’라고 표현했다. 오죽했으면 이름이 백설(Snow White)일까. 세 가지 특징은 백설공주의 정체성이다. 지금껏 제작된 실사 영화들은 죄다 타이틀롤로 릴리 콜린스(32) 같은 백인 배우를 발탁했다.

때문에 디즈니가 레이첼 지글러를 기용한 건 오만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캐스팅이란 평가도 있지만 디즈니 속내가 빤하다는 팬들이 적잖다. 할리우드 영화계가 남성에 백인 중심으로 흘러간다는 비판은 오래됐고, 디즈니도 이런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렇다고 이런 식의 캐스팅이 영화계 인종차별 철폐에 도움이 될 리 만무하다.

1937년 제작된 디즈니 원작 애니메이션 '백설공주' <사진=영화 '백설공주' 스틸>

한 영화팬은 “백설공주는 원작대로 하얗고 아름다운 백인 배우가 맡으면 될 일”이라며 “구릿빛 남미 배우를 기용한다고 디즈니가 인종차별 철폐에 앞장선다고 볼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팬은 “이번 캐스팅은 오히려 유색인 배우에 대한 모욕이며 디즈니의 아집과 오만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혀를 찼다.

업계 안팎에서도 미스캐스팅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한 영화홍보 관계자는 “어떤 영화가 예수 역할에 흑인 배우를 기용하더라도 흑인들이 고마워할 리 없다”며 “이건 그냥 만들면 보라는 식으로 느껴진다”고 아쉬워했다. 

디즈니의 캐스팅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디즈니는 이미 실사판 ‘인어공주’에 흑인 가수 할리 베일리(21)를 발탁해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당시에도 디즈니는 “성과 인종차별 철폐에 앞장서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비판이 대단했다.

타셈 싱 감독 영화 '백설공주'의 주인공 릴리 콜린스 <사진=영화 '백설공주' 스틸>

이번처럼 황당한 캐스팅이 아니더라도 디즈니가 인종차별 철폐에 앞장설 방법은 얼마든 있다. 배우는 물론 감독이나 각본가, 스태프에 유색인종을 고루 기용할 수도 있다. 굳이 원작자가 얼굴이 새하얗다고 강조한 캐릭터에 남미 배우를 갖다 앉힌 디즈니의 이번 결정은 두고두고 실수로 회자될 만하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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