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를 닮은 귀상어의 머리는 작을수록 현생, 클수록 고대에 가깝다는 사실이 DNA 조사를 통해 처음 파악됐다. 이는 기존 학설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어서 관심이 쏠렸다.

게빈 네일러 미국 플로리다대학교 상어조사센터장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공개, 생물학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망치상어(Hammerhead Shark)로도 불리는 귀상어는 유난히 특이한 두상으로 유명하다. 몸통을 중심으로 좌우로 길쭉하게 뻗은 두상을 두고 다양한 학설이 존재하지만 딱히 입증된 것은 없었다. 

30년 가까이 상어를 연구한 게빈 네일러 센터장은 세 가지 진화상 장점을 가지는 귀상어의 망치 형태 머리가 세월이 흐를수록 작아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귀상어는 종에 따라 몸길이가 2~5m이며 우리나라 연안에도 일부 종이 서식한다. <사진=Mark Vins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MASSIVE Hammerhead Shark Filmed in Bahamas!' 캡처>

귀상어는 눈이 머리 양쪽 끝에 자리해 시야가 넓다. 상어의 레이더로 통하는 로렌치니 기관(Lorenzini's ampullae)이 길쭉한 머리에 보다 넓게 분포해 탐지능력도 뛰어나다. 또한 길쭉한 머리 덕에 귀상어는 빠른 방향 전환에 능하다. 이것이 망치 형태 두상의 세 가지 장점이다.  

현재 바다에 존재하는 귀상어는 홍살귀상어와 홍살보닛헤드귀상어, 캐롤라이나귀상어, 큰귀상어, 작은눈귀상어, 가리비귀상어, 날개귀상어, 보닛헤드귀상어, 스쿱헤드귀상어 등 9종이다. 게빈 네일러는 성체를 기준으로 머리 크기나 모양, 길이가 제각각인 이유를 파악하면 귀상어의 두상 진화에 얽힌 비밀을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귀상어 화석을 연대순으로 얻을 수 있다면 독특한 두상의 진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다만 귀상어 화석은 현재 이빨 외에는 없다. 대체로 상어는 단단한 뼈가 없고 연골로 이뤄지므로 이빨 외에 화석이 발견되는 일이 극히 드물다.

귀상어는 사회성이 뛰어나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 <사진=pixabay>

때문에 게일 네일러는 화석 대신 DNA 검증을 택했다. DNA는 생물이 과거 어떤 모습이었고 어떤 기능을 가졌는지 다양한 정보를 전하는 한편 종간 관계까지 알려준다.

총 9종의 귀상어 중 8종의 DNA를 들여다본 결과 귀상어는 진화에 따라 망치 모양 머리가 오히려 작아졌다. 귀상어가 머리 모양 때문에 갖게 되는 세 가지 장점은 당연히 머리가 클수록 극대화된다.

게일 네일러는 “원래 생물은 어떤 환경에서 보다 살기 쉽도록 조금씩 변화한다. 이를 진화라고 부른다”며 “귀상어를 보면 찰스 다윈이 주장한 자연선택(자연도태)설이 다 들어맞지는 않는 모양”이라고 전했다.

이어 “DNA 해석에서 갑자기 머리가 큰 귀상어가 출현했다가 점차 작아진 사실도 드러났다”며 “이번 실험은 귀상어 중 머리가 제일 큰 날개귀상어가 고대종, 머리가 가장 작은 보닛헤드귀상어 현생종임을 알려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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