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자리에 자리한 타원은하 ‘M87A(NGC 4486)’의 블랙홀 ‘M87*(포웨히)’를 둘러싼 광자 고리(photon rings)를 재해석하는 연구가 성공했다. 블랙홀 질량과 회전 등 정보를 담은 광자 고리를 해석하면서 ‘M87*’의 새로운 질량도 제시됐다. ‘M87*’는 2019년 4월 세계 8곳의 전파망원경이 동원된 국제협력 프로젝트 ‘이벤트 호라이즌 텔레스코프(EHT)’가 잡아낸 첫 번째 블랙홀이다.

캐나다 워털루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논문을 내고 EHT가 2017년 포착을 시도한 ‘M87*’의 광자 고리 데이터들을 재해석했다고 밝혔다. EHT는 2017년 4월 세계 최초로 블랙홀을 직접 촬영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고 2년 만인 2019년 4월 10일 인류 역사상 첫 블랙홀 관측에 성공했다.

연구팀은 새로운 화상 처리 알고리즘을 구축하고 ‘M87*’의 고리와 그 외 빛 방사를 구별하는 데이터 처리를 시도했다. 고리의 상이 매우 좁은 관계로 연구팀은 고리에서 이뤄지는 방사는 한정된 영역에 집중된다는 전제를 세웠다.

이론상 블랙홀 주위에는 이렇게 가는 빛의 원이(광자 고리) 존재한다. <사진=워털루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그 결과 연구팀은 하루 단위로 전파 강도가 변화하는 고리 방사량 특정에 성공했다. 고리 직경을 바탕으로 ‘M87*’의 질량이 태양의 약 71.3억 배라는 새로운 주장도 내놨다. 이는 EHT가 당초 제시한 ‘M87*’의 질량인 태양의 약 65억 배와 다른 수치다.

아울러 연구팀은 ‘M87*’가 남서쪽 방향으로 방출하는 제트의 흐름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그 결과 전파 강도로 관측되는 고리의 일일 방사가 밖으로 퍼져나가는 제트의 변화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 관계자는 “‘M87*’가 생성하는 고리의 방사를 분리해 조사할 수 있었던 이번 해석은 블랙홀 배후의 빛을 포착한 첫 사례로 볼 수 있다”며 “지금까지와 다른 방법으로 ‘M87*’의 질량을 추정할 수 있었고 고리와 제트의 연관성에 대한 이해 역시 더해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에 사용된 기법은 상세한 관측이 어려운 블랙홀의 이해를 높이는 수단이 될 것”이라며 “EHT처럼 여러 전파망원경을 연동한 전파간섭법이 블랙홀을 잡아내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 역시 입증됐다”고 덧붙였다.

M87*의 광자 고리 방사 및 그 외 방사 성분을 분리한 결과 고리 방사 강도의 일별 변화 측정이 가능했다. <사진=워털루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M87*’는 지구에서 약 5500만 광년 떨어진 타원은하 ‘M87’의 중심부에 존재한다. 관측 당시 도넛 구멍 같은 어두운 영역 전체가 블랙홀로 여겨졌지만 조사 결과 블랙홀 본체는 도넛 중심에 있는 어두운 영역 일부에만 해당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블랙홀은 극단적인 중력에 의해 광자로 이뤄진 구(photon sphere)의 상 자체가 강하게 휘어버린다. 따라서 블랙홀을 지구에서 관측하면 그 뒤편 광자구에서 방사된 빛이 바로 앞쪽으로 오면서 고리 모양이 되고 중심은 어두워 보인다. 이런 이유로 블랙홀을 관측한 상은 도넛 모양을 한다. 중심부의 어두운 영역을 블랙홀 그림자(black hole shadow), 그 주위의 원을 광자 고리라고 한다.

연구팀 관계자는 “EHT에서 공개된 ‘M87*’ 이미지는 광자 고리를 찍은 것이기는 하지만 흐릿하고 영역이 불명확하다”며 “달 표면의 작은 동전까지 촬영할 수 있다는 EHT 프로젝트로도 블랙홀의 광자 고리는 극단적으로 좁아 해상도의 한계를 밑돌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류 최초로 관측된 블랙홀 M87*(위). 아래는 허블우주망원경이 포착한 M87 은하다. 중심부에서 제트가 방출되고 있다. <사진=EHT Collaboration, 미 항공우주국(NASA) 공식 홈페이지>

이어 “광자구 이외의 방사(주로 블랙홀을 둘러싼 강착 원반으로부터의 방사)도 서로 섞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이미지는 불투명해진다”며 “도넛처럼 퍼진 빛의 고리 중 광자 고리에서 나오는 빛 성분은 10~30%밖에 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EHT는 일반 천체망원경처럼 천체를 있는 그대로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8곳의 전파망원경으로 얻은 데이터를 조합하고 해석함으로써 블랙홀을 영상화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본질은 데이터에 있기 때문에 해석 방법을 바꾸면 광자 고리 등 블랙홀 구성에 대한 보다 상세한 연구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 천문학자들도 참가한 EHT는 지난 5월 우리은하 중심부에 자리한 블랙홀 포착에 성공, 학계는 물론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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