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아반도 사막에 잠든 약 5000년 전 문명의 흔적이 인공지능(AI)에 의해 발견됐다.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극한의 환경에서 AI 기술이 거둔 유의미한 성과에 학계가 주목했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칼리파대학교 고고학·역사학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지오사이언스 최신호에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아라비아반도 룹알할리에 자리한 사르크 알 하디드(Saruq Al-Hadid) 유적을 오랜 기간 조사했다. 사막의 열사 아래에 은밀하게 잠든 5000년 전 문명의 흔적은 AI 기술에 의해 빛을 보게 됐다.

모래로 가득한 사막은 유적 발굴이 어렵다. <사진=pixabay>

칼리파대 고고학자 다이애나 프랜시스 교수는 "룹알할리 사막은 아라비아반도 남부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면적이 약 65만㎢에 달한다"며 "이 광활한 사막은 너무 가혹한 자연조건 때문에 공백의 땅으로 여겨져 기존 발굴조사에서는 거의 손을 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룹알할리 사막의 사구는 항상 변화하고 지표는 시야를 가리는 모래로 덮여 지상는 정확도도 효율도 높지 않았다"며 "많은 학자가 궁금증을 가져왔지만 환경 때문에 룹알할리 사막은 오랜 세월 미지의 땅이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AI를 탑재한 합성개구레이더(synthetic aperture radar, SAR) 기술에 주목했다. 우주개발에도 사용되는 SAR은 공중에서 지상 및 바다에 레이더파를 순차적으로 쏘고 굴곡면에 반사돼 돌아오는 미세한 시간차를 처리해 지형도를 만들거나 지표를 관측한다.

룹알할리 사막 북동부 사구지대에 위치한 사르크 알 하디드 유적의 SAR 이미지. 모래 아래 숨은 문명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지오사이언스 공식 홈페이지>

SAR 기술을 통해 연구팀은 모래로 덮인 사르크 알 하디드 유적의 지층이나 지하 구조물을 세세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무려 약 5000년 전에 존재했던 인류의 흔적이 마침내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연구팀은 환호했다.

프랜시스 교수는 "SAR에 AI를 접목한 관측 기술의 정확도는 매우 높아서 발견된 지하 구조물의 위치 오차는 불과 50㎝ 이내"라며 "이 시스템은 스캔 결과를 빠르게 3D 모델로 생성하기 때문에 구조물의 형상을 쉽게 시각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수는 "룹알할리 사막에는 사르크 알 하디드 외에도 많은 유적과 유물이 잠들어 있다"며 "그간 인간이 손도 못 대던 사막 유적의 탐사는 향후 인공지능과 만난 SAR 기술에 의해 상당부분 진척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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