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바다를 지배한 바이킹 전사들이 치아에 홈을 판 이유는 교역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독일 뮌스터베스트팔렌빌헬름대학교(WWUM) 역사학 연구팀은 23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일부 바이킹 전사가 이에 홈을 판 이유는 교역을 위해서라고 전했다.

바이킹은 9~11세기 유럽 각지의 해안을 돌며 약탈한 북게르만계 노르드인이다. 역사학자들은 스웨덴과 덴마크 각지의 유적에서 발굴한 바이킹 유골 조사 과정에서 치아에 새긴 독특한 무늬를 확인했다.

인체에 의도적으로 손을 대는 행위는 드문 일이 아니며, 세계 각지에서 예로부터 풍습으로 행해졌다. 하지만 학자들은 바이킹이 멀쩡한 치아를 가공한 명확한 목적을 오랫동안 알아내지 못했다.

바이킹의 유골 일부에서 확인된 치아 가공의 목적은 교역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독일 하이타부 바이킹 박물관과 연계한 조사에서 그 수수께끼를 풀어냈다. 연구팀은 일부 바이킹이 생계를 위해 자신들이 상인임을 입증하는 표식으로 이에 홈을 팠다고 결론 내렸다.

조사를 진행한 WWUM 역사학자 루카스 커그 교수는 "지금까지 바이킹이 치아를 깎은 사례는 고틀랜드의 유골을 포함해 약 130건이나 된다"며 "정교하기보다 의도적으로 치아에 홈을 낸 이런 행위는 습관적으로 행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웨덴 최대 섬 고틀랜드에 이런 유골이 집중된 점에서 이들은 한때 상인이었을 것"이라며 "홈이 난 치아를 가진 유골은 모두 교역 장소에서 발견된 점도 우리 생각을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스웨덴 고틀랜드에서 발굴한 바이킹 유골의 치아. 의도적으로 낸 홈이 선명하다. <사진=Lisa Hartzell·SHM>

연구팀은 고틀랜드의 바이킹 유골 65구가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묘지에서 나온 점에 주목했다. 이들은 지역 주민이 아니라 마을을 정기적으로 방문한 상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연구팀 생각이다.

루카스 교수는 "치아에 홈을 새기는 습관은 전문 상인 집단의 교역 활동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며 "이에 낸 홈을 통해 교역 상인만의 모임이나 의식에 참여했고 정체성 및 동료의식을 고취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당시 바이킹의 행위는 후세 길드 제도의 전신이 됐을지도 모른다"며 "고틀랜드 섬에서 두개골을 의도적으로 변형한 여성 유골이 나왔다는 점 역시 바이킹이 목적을 위해 신체를 변형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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