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찬 엔진 사운드와 짜릿한 스피드로 유명한 액션 영화 ‘분노의 질주’ 시리즈. 자동차 마니아들을 설레게 하는 명차가 총출동했지만 BMW Z3나 마즈다 로드스터 등 골수팬을 거느린 일부 차들이 물을 먹은 일화로도 유명하다. 대체 이 시리즈가 자동차를 고르는 기준은 뭘까.

지난 2001년 시작해 스핀오프까지 총 10편이 제작된 ‘분노의 질주’ 시리즈 등장하는 차량이 배우들과 대등한 인기를 자랑한다. 특히 캐릭터 전용 차량이 존재해 많은 자동차 팬들을 극장으로 끌어모았다. 1편 ‘분노의 질주’와 2편 ‘패스트&퓨리어스2’의 기술담당 크레이그 리버먼은 최근 유튜브를 통해 제작진이 차량을 고르는 원칙을 공개했다.

그에 따르면, 제작진은 첫 작품부터 미국에서만 입수 가능한 튜닝카에 초점을 맞췄다. 이 영향으로 일본 차량들은 후보에서 대거 탈락했다. 다만 연출자 롭 코헨(73)은 브라이언 오코너(고 폴 워커)의 차로 도요타 수프라를 투입하며 예외를 뒀다. 크레이그 리버먼은 “감독의 결정 때문에 우리가 정한 규칙은 두고두고 느슨해졌다”고 회고했다.

'분노의 질주' 1편 배우들의 단체 사진. 제작진은 미국 내에서 입수 가능한 튜닝카만 고집했지만 오른쪽 뒤편 수프라 같이 일본에서 넘어온 튜닝카가 다수 투입됐다. <사진=영화 '분노의 질주' 스틸>

정작 수프라를 골랐던 롭 코헨은 이후 일본차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1편만 찍고 시리즈와 결별한 그는 2012년 인터뷰에서 “‘분노의 질주’ 초기 작품을 싫어한다. 특히 저스틴 린(51)이 연출한 3편 ‘패스트&퓨리어스: 도쿄 드리프트’는 일본차 일색이라 다음 작품을 보려는 팬들의 의지를 꺾어놓는다”고 혹평했다.

충분히 남자답지 않다는 이유로 거부당한 차량도 있다. 폭스바겐 뉴비틀이 대표적이다. 마즈다의 걸작 로드스터와 BMW Z3는 오픈카라는 이유로 처음에는 거절을 당했다. 크레이그 리버먼은 “스턴트맨의 얼굴을 가리기에 아무래도 컨버터블은 한계가 있다. 당시 CG 기술로는 얼굴 수정이 어려웠다”고 돌아봤다.

크레이그 리버먼에 따르면, 1편에 등장한 도미닉 패밀리의 막내 제시(채드 린드버그, 46)는 폭스바겐 제타 MK3가 애마지만 제작진은 BMW M3(E36) 또는 아우디 S4를 제안했다. 같은 작품 속 캐릭터 레온(자니 스트롱, 48)의 차는 닛산 R33 스카이라인 GT-R인데, 원안 속 차는 도요타 셀리카였다.

'분노의 질주' 1편에 등장한 레온의 노란색 GT-R. 원안 속 도요타 세리카를 밀어내고 영화에 나왔다. <사진=영화 '분노의 질주' 스틸>

다섯 번째 작품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의 등장인물 빈스(맷 슐즈, 51)의 차는 닛산 맥시마다. 원래 후보는 도요타 MR2와 렉서스 GS, 혼다 프렐류드였다. 미쓰비시 이클립스는 극의 주인공 브라이언 오코너의 애마 중 하나인데 당초 미쓰비시 GTO를 타고 등장할 예정이었다. 

크레이그 리버먼은 여전히 명맥을 이어가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촬영하며 파괴된 차량이 어마어마하며, 그중에서도 78대와 130대가 부서진 1편과 2편, 무려 350대의 차가 파괴된 6편 ‘분노의 질주: 더 맥시멈’을 손에 꼽는다고 전했다.

차량과 관련된 에피소드와 관련, 그는 “한 역의 성 강(50)은 현장에서 자신이 타고 찍던 촬영용 차가 벽에 처박히자 거의 울상이 됐다”며 “제가 다가가 돈 내라고 안 할 테니 편하게 찍으라고 다독였다”고 웃었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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