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소행성 충돌로 대서양 해저에 만들어진 거대한 분화구의 상세 정보가 최신 지진파 분석을 통해 밝혀졌다. 첨단 기술을 통해 그간 정체를 알지 못했던 고대 해저 크레이터의 면면과 천체 충돌의 규모를 이해 가능할 것으로 학계는 기대했다.
영국 헤리엇와트대학교 연구팀은 16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기니 서쪽 대서양 해저에 숨은 크레이터의 선명한 3D 이미지를 작성했다고 발표했다. 나디르 크레이터(Nadir Crater)로 명명된 이 분화구는 수심 300m 해저에 자리하며 지름 약 9㎞의 그릇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나디르 크레이터는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 충돌과 비슷한 시기인 6600만 년 전 지름 450~500m의 소행성이 지구 지표면에 부딪히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연구팀이 3D 이미지화한 결과 소행성 충돌 순간 주위에 있던 암석은 어마어마한 에너지에 액상화됐고 800m 넘는 초대형 쓰나미가 대서양 전역을 넘실댄 것으로 예상됐다.

조사 관계자는 "2022년 해저 조사에서 처음 발견된 나디르 크레이터는 지름 약 8.5㎞로 이전까지는 소행성의 충돌 크레이터라고 단정할 수 없었다"며 "지진파를 바탕으로 한 정교한 3D 이미지를 만든 결과 학자들의 당초 추측이 옳았다고 보여진다"고 전했다.
이번 3D 이미지는 지질학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국적 기업 TGS가 조사에 참가한 덕에 작성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세계에는 지금껏 확인된 해저 크레이터가 20개 정도지만 나디르 분화구만큼 상세하게 이미지화된 것은 없었다.
조사 관계자는 "최신 기술은 발견된 지 2년 밖에 되지 않은 나디르 크레이터의 전체상을 알게 해줬다"며 "당초 지름 400m로 생각된 소행성은 최소 450m, 최대 500m인 것으로 밝혀졌고 북동쪽에서 날아와 20~40°의 얕은 각도로 충돌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수수께끼의 소행성이 초속 약 20㎞로 맹렬하게 날아와 기니 서쪽 대서양을 때린 것으로 결론 내렸다. 조사 관계자는 "인류는 지금까지 이런 수준의 소행성 충돌을 직접 목격한 적이 없기에 이번 3D 이미지는 소행성 충돌에 의한 지구의 변화를 검증하는 귀중한 샘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나디르 크레이터가 생길 수준의 충격을 지구에 안긴 천문 사건은 1908년의 퉁구스카 대폭발이 꼽힌다. 지름 약 50m의 소행성이 시베리아 상공에서 폭발해 엄청난 면적의 삼림을 모두 쓰러뜨렸다.
조사 관계자는 "현재 지구 근방에서 나디르 크레이터 또는 퉁구스카 정도의 충격을 줄 소행성은 지름 약 400m의 베누 정도"라며 "그나마 미 항공우주국(NASA)의 분석 결과 2300년까지 지구에 충돌할 확률이 1750분의 1이라니 당분간은 영화 같은 소행성 충돌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