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이주 가능성이 점쳐지는 화성에서 바다와 자기장이 사라진 새로운 시나리오가 등장했다.

일본 도쿄대학교 히로세 케이(54)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3일 공개한 논문에서 화성에서 바다와 자기장이 순서대로 소멸된 과정을 재구성했다.

고압과학자인 히로세 교수는 화성이 원래 두꺼운 대기층을 가졌고 지표면에 지구처럼 바다가 존재했다는 기존 가설을 증명하고자 했다. 

교수는 “학자들은 40억 년 전 화성에 강한 자기장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해 왔다”며 “그 후 자기장이 어떤 이유로 없어져 버렸다. 그래서 화성은 태양풍에 의해 대기가 벗겨지고 바다도 잃어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성이 자기장을 상실한 이유에 대해 교수는 “화성의 핵은 운석 연구를 통해 철이 주성분이며, 대량의 유황을 포함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며 “미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선 인사이트의 지진파 분석을 통해 핵에는 황 외에도 가벼운 원소가 포함된 사실이 밝혀졌다”고 전했다.

화성 생성 후 핵의 변천을 설명한 그림. 초기에는 고온 때문에 균질적 액체이던 핵은 냉각이 시작되면서 분리됐고, 가벼운 쪽이 대류를 촉진, 자기장을 없앴다는 주장이다.<사진=도쿄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가벼운 원소가 바로 수소라고 추측했다. 수소는 고압에서 철에 흡수되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수소는 물 형태로 설선, 즉 우주공간에서 물이 얼음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경계선의 바깥쪽에서 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이런 근거들을 종합한 연구팀은 레이저 가열식 다이아몬드 모루 셀(Laser-Heated Diamond Anvil Cell, LHDAC) 을 동원해 초기 화성 핵에 가해진 초고압‧고온을 재현했다. 그 결과 녹은 철과 황, 수소 합금은 온도가 내려갈 경우 황 및 수소가 풍부한 액체로 각각 분리됐다.

연구팀은 화성이 막 형성됐을 때 핵은 고온 때문에 각각 황과 수소가 풍부한 액체가 균일하게 섞여 있다고 봤다. 시간이 지나 핵 온도가 내려가자 무거운 액체는 바닥에 고이고 가벼운 액체는 상승하면서 대류를 촉진했는데, 이 때문에 강력한 자기장이 발생했다는 게 연구팀 결론이다.

한때 바다가 존재했을 것으로 여겨지는 화성의 척박한 지표면 <사진=pixabay>

히로세 교수는 “냉각이 더 진행되면서 무거운 액체와 가벼운 액체의 분리가 한층 심해졌고, 어느 시점에 안정적인 층이 형성됐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반대로 대류가 방해를 받아 화성의 자기장이 없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계의 네 번째 행성 화성은 지구를 닮은 암석 행성으로 과학계에 의한 이주 계획이 진행 중이다. 천문학계는 사막화된 화성의 표면에 한때 바다가 존재했을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바다가 사라진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추측이 오갔다. 

도쿄대학교 연구팀은 향후 NASA 화성 탐사선 인사이트의 데이터를 더 활용해 화성 핵에 정말 수소가 포함됐는지, 무거운 액체가 정말 핵 깊은 부분에 존재하는지 검증할 계획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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