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사회에서 충격적인 총기난사 사건이 계속되는 가운데, 강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위해 심리치료견(테라피견)을 동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 텍사스 주정부는 17일 공식 채널을 통해 지난 5월 24일 벌어진 롭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당시 교실에 있던 어린이 심리치료에 심리치료견이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학생 19명과 교사 2명의 목숨을 앗아간 롭 초등학교 총기 난사 당시 적잖은 아이들이 학교에 있었다. 사건이 벌어진 학교는 무기한 폐쇄된 뒤 헐릴 예정이어서 학생들은 다른 학교로 전학 갔지만 끔찍한 기억에 등교를 거부하거나 환청, 악몽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롭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아이들은 테라피견과 어울리며 차츰 학교 생활에 적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동물을 존중하는 마음도 배우고 있다. <사진=K-9 Comfort Dog 공식 페이스북>

텍사스 교육당국은 루터교회 자선단체 ‘K-9 컴포트 독(Comfort Dog)’의 협조를 받아 아이들 심리치료에 테라피견 교육을 받은 골든 레트리버 열 마리를 파견했다. 개들은 아이들의 스트레스와 두려움,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3주간 학교 캠퍼스 안팎에 머물고 있다.

총 8개 학교에 배치된 심리치료견들은 역할이 서로 다르다. 학교 바로 밖이나 복도에서 학생들을 맞아주는 개가 있는가 하면 상담 사무실에서 기다리는 개, 교실 아이들을 달래는 개 등 임무가 다양하다.

사람 심리치료에 개를 동원하는 경우는 꾸준히 증가세다. 훈련을 받은 개가 상처받은 사람 마음을 치유한다는 실험 결과는 이미 여럿 나왔다. 개를 끌어안고 쓰다듬는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줄고 동물을 아끼는 마음까지 갖출 수 있다는 경험담도 넘쳐난다. 테라피견들은 기본적으로 조용히 지내도록 훈련받지만 신뢰나 애정과 관련된 호르몬 옥시토신 분비를 유발하는 애착 반응에도 능하다.

롭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생존 아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파견된 테라피견은 열 마리다. <사진=K-9 Comfort Dog 공식 페이스북>

동물학자들은 개가 사람과 어울리는 특유의 사교술을 가졌다고 본다. 지난해 미국 애리조나대학교 연구팀은 개들이 사람과 교감하는 법을 태어날 때부터 알고 있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텍스사주 교육당국은 “개들을 학교 안팎에 배치하자 교문 들어서길 겁내던 아이들이 차츰 개를 쓰다듬으러 다가왔다”며 “교실에서 멍하게 지내던 아이들도 마음을 열고 수업에 적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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