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를 하거나 산책할 때 문득 아이디어가 번득이는 사람들이 있다. 좀처럼 묘안이 떠오르지 않을 때 샤워나 산책, 집안 정리 등 특정 행위를 통해 창조적인 생각을 떠올리는 것은 과학적으로 얼마나 근거가 있을까.

심리학에서는 이런 효과를 이끌어내는 요인을 ‘마인드 완더링(Mind Wandering)’이라고 한다. 심리적으로 이리저리 헤매는 상태가 되면 문득 창의적인 사고가 떠오른다는 의미에서 이런 명칭이 붙었다.

미국 심리학자 벤저민 베어드는 2012년 ‘마인드 완더링’에 관한 흥미로운 실험에 나섰다. 피실험자들에게 벽돌을 던져주고 독창적 활용법을 내놓으라고 주문했다. 다만 그전에 각 피실험자들에 서로 다른 작업들을 시켰다. 그 결과 베어드는 사람이 어떤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전 다른 일 때문에 마음이 흩어지면 오히려 훌륭한 생각을 떠올린다고 생각했다.

베어드의 실험 결과는 이후 ‘마인드 완더링’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주목받았다.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철학과 조교수 잭 어빙은 참신한 사고를 촉진하는 것은 마음에 없는 일을 하며 방황하는 순간이라는 내용의 최근 논문에서 베어드의 실험을 인용했다.

샤워를 하면 번득이는 생각이 떠오르는 것을 '샤워 효과'라고 한다. 백화점 위층에 사람이 몰리면 아래층도 매출이 오르는 경제 용어 '샤워 효과'와는 다르다. <사진=pixabay>

잭 어빙 조교수는 10년 전 진행된 베어드의 실험을 보완한 연구를 진행했다. 대학생들을 모집한 뒤 두 그룹으로 나누고 벽돌을 창조적으로 사용할 새로운 방법을 고안하라고 일렀다. 베어드와 마찬가지로 두 그룹 학생들에게 사전 작업을 시켰는데, 서로 다른 3분짜리 동영상을 시청하는 것이었다.

한 그룹은 남성 2명이 세탁물을 정리하는 단순한 영상을, 다른 그룹은 1989년 개봉한 로브 라이너(75) 감독의 로맨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한 장면을 감상했다. 두 그룹 학생들이 제시한 아이디어를 취합한 어빙 조교수는 영화를 본 이들의 생각이 훨씬 독창적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잭 어빙 조교수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필요로 한다면 특정 작업이나 행동을 통해 생각을 비우는 것이 좋다는 베어드의 생각은 옳았다”며 “다만 일상 속에서 매력을 느꼈던 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루하거나 의미 없는 작업이라면 오히려 정신을 산만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매력 있다고 여기는 작업을 하는 도중 마음을 비우게 되고 그 결과 독창적 아이디어를 떠올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스틸>

그는 “사람들은 샤워나 산책, 집안 청소나 빨래 등 스스로 매력을 느끼는 작업을 하는 도중 묘안이 떠오르곤 한다”며 “이런 ‘샤워 효과’는 마음을 이리저리 방황시키는 ‘마인드 완더링’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어빙 조교수는 ‘마인드 완더링’이 산만하고 혼란스러운 정신 상태와 다르며, 창의적 사고와 이어지는 즐거운 공상이라고 결론 내렸다. 회사나 학교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았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마음을 마음껏 방황하게 할 자신만의 작업을 해보라고 조언했다.

어빙 조교수는 향후 가상현실(VR)을 이용해 더욱 다양한 상황을 재현하고 보다 현실적인 맥락에서 ‘마인드 완더링’을 연구할 예정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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