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로부터 분리된 뇌세포를 미니 게임과 연결해 플레이하는 흥미로운 실험이 성공을 거뒀다.

호주 코티컬 랩스(Cortical Labs)는 12일 국제 학술지 뉴런(Neuron)에 게재된 논문에서 몸에 서 떨어져 나온 뇌 신경세포가 미니 게임을 플레이하는 실험 과정을 공개했다.

연구소는 뇌에서 떼어낸 살아있는 신경세포를 조작해 그 활동을 강제로 변화시키고 일종의 지성을 싹트게 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가급적 간단한 게임이 필요했던 연구팀은 탁구를 모티브로 한 아타리의 고전 게임 ‘퐁(Pong)’을 선택했다. 전극에 연결된 사람과 쥐의 신경세포를 ‘퐁’과 연결하자 육체가 없으면서도 약 5분 만에 게임을 진행했다.

연구소는 실험 결과가 의식의 근본적 성질을 밝히는 힌트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뿐만 아니라 신경 질환 치료의 새로운 연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신경세포의 현미경 사진. 녹색은 뉴런과 축삭, 보라색은 뉴런, 빨간색은 수상돌기(덴드라이트), 파란색은 모든 세포를 각각 표시한다. <사진=코티컬 랩스 공식 홈페이지>

코티컬 랩스의 브렛 케이건 박사는 “사람과 쥐의 신경세포를 올려놓은 전극 시스템을 ‘퐁’에 연결하자 신경세포에 공의 위치 정보가 전기 신호로 전달됐다”며 “신경세포는 자발적으로 활동을 조절해 공을 멋지게 받아냈다.”고 설명했다.

박사는 “이전 연구들을 보면 배양된 신경세포는 자신의 행동 결과에 관련된 감각 정보에 반응해 목적 달성을 위해 활동한다”며 “이런 반응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불과 5분 만에 ‘퐁’ 게임을 할 정도라니 놀랍다”고 전했다.

원숭이 등 일부 지능이 높은 동물이 ‘퐁’을 플레이하는 실험은 일반에 익숙하다. 동물들은 화면에 나타나는 상대편을 인지하면서 공을 넘길 줄 안다. 다만 육체가 없는 신경세포로는 실현 불가능한 일이다 보다 추상적인 ‘미끼’로 공을 받아치도록 해야 한다.

케이건 박사는 신경세포가 게임을 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은 아니며, 불확실성을 억제하는 방법을 학습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퐁’은 라켓에 공을 맞히면 날아가는 방향을 예측하기 쉬운 간단한 게임”이라며 “전극으로부터 예측할 수 없는 자극을 받은 신경세포는 상황을 더 예측하기 쉽도록 활동을 스스로 재편성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연구소는 이번에 확인된 합성생물학적 지성 모델이 의식 연구의 혁명을 부를 가능성이 있다고 낙관했다. 이 분야를 더 연구하면 질병이나 약을 개발할 때 동물실험이나 불완전한 수리모델에 의존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케이건 박사는 “이런 연구를 통해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 또한 지성은 무엇인지 근본적인 해답에 다가갈 수 있을지 모른다”며 “예컨대 술에 취한 사람의 게임 실력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이유를 신경학적으로 연구하면 신경세포의 자기조직화 관련 요소들을 더욱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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