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개처럼 사람의 목소리를 구별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단순히 집사의 목소리를 인식하는 수준을 넘어, 대화 대상이 누구인지 판단한다는 주장에 관심이 집중됐다. 

프랑스 파리 제10대학교 동물행동학자 샬럿 드 무종과 연구팀은 25일 국제 학술지 ‘동물 인지(Animal Cognition)’에 소개된 논문에서 고양이들이 자신과 연관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정확히 구분한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인간에 대한 고양이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파악하기 위해 실험을 기획했다. 주인의 대화 대상이 자신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인지 고양이가 구분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서로 다른 종의 고양이 16마리를 골랐다.

이후 각 고양이를 키우는 주인들의 목소리를 녹음했다. 대화 내용은 “놀고 싶어?” “간식 먹을래?” “나중에 봐” 등 일상적인 내용들로 구성했다. 각 대화는 반려묘를 대할 때와 일반적인 사람을 대할 때로 나눠 녹음됐다.  

고양이는 집사의 언어 중 자신을 대상으로 한 것을 정확하게 골라낼 줄 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두 가지 패턴의 주인 목소리는 각 반려묘들이 편하게 지내는 집에서 재생됐다. 고양이들은 주인이 자신에게 건네는 목소리에는 즉각 반응했다. 일부는 꼬리를 흔들었고 어떤 고양이는 그루밍을 중단하고 주인을 찾아헤맸다. 고양이들은 개처럼 꼬리를 흔들며 격하게 반기기보다 작지만 뚜렷하게 집사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집사가 사람을 대상으로 녹음한 목소리에는 고양이들 모두 요지부동이었다. 샬럿 드 무종은 “고양이들은 사람이 자신에게 건네는 일종의 ‘고양이 언어’를 알아듣는 것”이라며 “집사가 같은 말을 하더라도 그 대상이 누구인지 판별하는 능력은 실로 놀랍다”고 평가했다.

이어 “인간은 억양이나 말투, 목소리 높낮이를 사용해 자신의 기분과 생각을 표현한다”며 “집사들이 사랑하는 고양이들과 이야기할 때 자기도 모르게 ‘고양이 언어’라는 게 생성되며, 이를 반려묘들은 기가 막히게 구분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양이는 제멋대로에 차갑고 도도한 성격으로 알려졌지만 주인에 깊은 애정을 가졌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pixabay>

사람과 동물 간의 대화에 관한 실험은 전에도 많았다. 개들은 차분하고 애정이 가득한 어조로 말을 걸면 평소보다 능동적이고 좋은 반응을 보인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다만 고양이들의 커뮤니케이션에 초점을 맞춘 실험은 별로 없었다.

동물학자들은 고양이가 개보다 훈련이 어렵고 새로운 환경에 두려움을 느끼는 경향이 있어 관련 연구가 적다고 지적한다. 샬럿 드 무종은 “고양이가 다른 반려동물만큼 사회적이지 않다는 이미지 역시 관련 연구에 걸림돌이 돼 왔다”고 아쉬워했다.

실제로 고양이는 도도하고 차갑다고 알려졌지만, 인간에게 깊은 애착을 가졌으며 먹이 등 보상보다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한다는 연구 결과가 2017년 나왔다. 샬럿 드 무종은 “고양이가 사람 말을 얼마나 알아듣는지 이번 실험만으로는 알 수 없지만, 인간의 대화에 고양이가 귀를 기울인다는 사실만은 분명해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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