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박테리아를 주사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새로운 치료법에 학계 관심이 집중됐다. 

호주국립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진행된 제1상 실험 결과 죽은 박테리아를 활용한 종양 제거 방법이 주목할 성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지난 9월 16일 국제 학술지 ‘영국 메디컬 저널(British Medical Journal)’을 통해 기본 개념이 처음 공개됐던 이 치료법은 죽은 박테리아로 면역 체계를 활성화, 암세포를 공격하는 것이 핵심이다.

연구팀은 캔버라병원과 최근 공동 진행한 제1상 임상시험에서 세균 사체를 인체에 주입하면 면역계가 이물질 침입을 감지, 암세포까지 공격 대상으로 지정하는 메커니즘을 확인했다. 임상시험에는 본인과 가족 동의를 받은 실제 암 환자들이 참여했다.

새로운 암 치료법의 개념은 비교적 간단하다. 죽은 마이크로박테륨속(결핵균과 나균 등) 세균과 기름용해제, 생리식염수를 섞어 치약 같은 유제로 만들고, 이를 암세포가 퍼진 부위에 주사하는 것이 전부다. 인체 면역계는 죽은 박테리아를 이물질로 인식하고 킬러 T세포를 모아 제거하려 하는데, 이때 암세포도 적으로 간주한다.

죽은 세균 주사로 암 세포를 공격하는 치료법이 개발될 전망이다. <사진=pixabay>

연구팀 관계자는 “죽은 박테리아가 감지되면 우리 몸은 경계경보를 내려 면역을 강화한다”며 “킬러 T세포는 박테리아를 주사한 부위뿐 아니라 전이된 암세포도 공격해 죽인다”고 설명했다.

이 치료법이 주목받는 것은 간편하고 부작용이 적어서다. 연구에 참여한 퀸즐랜드대학교 크리스티나 캐럴 교수는 “일반적 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는 장기간 반복 치료를 요해 환자 체력이 고갈되고 부작용도 만만찮다”며 “새 치료법은 6주 간격으로 두 차례 주사로 암세포 사멸 효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교수는 “임상시험에 참여한 일부 암 환자들은 주사 후 1시간 정도 따끔한 통증을 겪었고 일부는 하룻밤 열이 났다”며 “이는 면역 체계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증거로 통증과 열 모두 오래가지는 않았다. 화학요법이나 방사선에 비하면 사소한 부작용”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박테리아 주사가 가격 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입장이다. 캐럴 교수는 “항암치료는 뭣보다 환자와 가족에 금전적 부담을 준다”며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주사 1회 비용은 5~20달러(약 6000~2만4000원)로, 다른 면역요법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말했다.

암 치료를 위한 방사선 요법 <사진=AHSChannel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Radiation Treatment: How is Radiation Treatment Given?' 캡처>

값싸고 간편하며 부작용도 덜한 이 치료법은 암 치료가 뒤처진 개발도상국에 특히 도움이 될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다만 종양에 직접 주사하기 때문에 손이 닿기 어려운 부위나 혈액암 등에는 사용할 수 없는 등 단점도 있다. 제2상 임상시험을 준비 중인 연구팀은 이 문제를 보완하는 한편, 저해제(inhibitor)를 더해 킬러 T세포의 공격력을 끌어올리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죽은 세균을 이용해 암을 치료하는 방법은 100여 년 전 발견됐다. 면역요법의 창시자 중 한 명으로 알려진 미국 외과의사 윌리엄 콜리(1862~1936)가 대표적이다. 1890년대 의학기술로는 많은 암 환자를 구하지 못한다고 여겼던 그는 암 수술 후 뜻하지 않게 세균에 감염된 환자가 눈에 띄게 호전되는 걸 보고 이 방법을 떠올렸다. 다만 지식·기술적 한계로 구체적 치료법까지 개발하지는 못했다.

※본 기사는 건강이나 의료에 관한 조언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암 등의 병세나 건강상 의문점은 전문의와 상담을 요합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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