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의 뛰어난 지능은 진화 과정에서 벌어진 신경조직의 극적인 확대 덕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문어는 영국 소설가 허버트 조지 웰스의 1898년 SF 소설 ‘우주전쟁’에서 미지의 외계인 외형으로 차용될 만큼 뛰어난 지능을 갖고 있다.

미국 막스델브뤽센터 니콜라우스 라제프스키 교수는 25일 국제 학술지 ‘Science Advances’에 소개된 논문에서 무척추동물인 문어가 복잡한 구조의 뇌를 갖게 된 비결은 신경조직을 구성하는 마이크로RNA(Micro RNA)의 폭증이라고 주장했다. 핵산 구조 단위 뉴클레오타이드 약 23개로 구성되는 마이크로 RNA는 비암호 RNA 분자다.

니콜라우스 라제프스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문어의 우수한 지능이 진화 과정에서 벌어진 특이한 변화 때문이라고 가정했다. 문어가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를 모두 가진 점에 주목한 연구팀은 지금까지 문어 유전자 연구에서 체내 RNA 편집이 잘 이뤄진 점에 착안, 문어가 RNA 코드를 재구성하고 폭넓은 효소를 이용하는 방법을 조사했다.

도구를 활용하는 문어는 척추동물에 버금가는 뛰어난 지능을 가졌다. <사진=pixabay>

죽은 문어의 조직 샘플을 분석한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메신저RNA(mRNA)와 비교해 매우 작고 단백질 합성 정보를 갖지 않는 마이크로RNA가 극적으로 증가한 점을 알아냈다. 특히 마이크로RNA 대부분이 문어의 뇌 신경조직에 분포했다.

마이크로RNA는 보다 큰 메신저RNA에 결합하면서 단백질 생산에 영향을 준다. 문어의 몸에는 이런 결합 부위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확충된 마이크로RNA가 무더기로 확인됐다. 니콜라우스 라제프스키 교수는 “문어의 체내 마이크로RNA 확충 수준은 전체 동물로 따져도 세 번째로 큰 규모”라며 “척추동물을 제외하면 마이크로RNA가 가장 많이 증가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문어와 인간의 진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지능 또는 지성과는 무관한 원시 공통 조상에 도달한다. 진화 과정에서 인간은 등뼈를 가진 생물로, 문어는 등뼈가 없는 생물로 각각 다른 길을 걸었다. 척추동물, 특히 영장류를 비롯한 포유류는 크고 복잡한 뇌를 발달시켜 뛰어난 지능을 갖게 됐지만 무척추동물은 이와 비교해 한참 뒤처지는 지능 수준에 머물렀다. 다만 문어 등 두족류만은 예외다.

외계인이나 외계인의 비행 물체 등에 문어 형상이 끊임없이 차용되는 것은 문어의 뛰어난 지능 때문이다. <사진=pixabay>

니콜라스 라제프스키 교수는 “같은 연체동물인 굴은 문어와 공통 조상과 떨어진 후 새롭게 다섯 종류의 마이크로RNA밖에 얻지 못했다”며 “이와 달리 문어는 90개나 획득하면서 뛰어난 지능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문어만이 복잡한 뇌를 발달시킨 것은 조개껍질을 여는 등 다리를 의도적으로 자주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지금까지 연구에서 문어는 호기심이 많고 기억력이 좋으며 사람 얼굴을 구분하는 영리한 동물로 확인됐다. 영장류처럼 도구를 이용하고 보호색에 능하며, 심지어 잠을 잘 때 꿈까지 꾸는 것으로 여겨졌다.

니콜라우스 라제프스키 교수는 “문어의 극적인 진화는 인간 등 척추동물에서 일어난 것과 대등한 수준”이라며 “이번 발견은 인간과 문어를 연결하는 중대한 발견으로, 복잡한 뇌 발달에는 마이크로RNA가 중대한 역할을 한다는 기존 학설과도 일치한다”고 말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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