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려나간 사람의 머리가 눈을 뜨고 말을 한다면 얼마나 섬뜩할까.

중세 서양 학자들이 가졌던 이 의문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 ‘참수형’이다. 사람의 머리를 베는 ‘참수형’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최고의 형벌로 통한다.

서양에서는 참수형을 죽음으로 다스릴 죄라는 의미에서 ‘capital crime’이라 불렀다. 참수형 같은 극형은 ‘capital punishment’라 칭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capital’의 접두어 ‘caput’의 어원이 머리를 뜻하는 라틴어라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참수형이 행해진 이래, 수많은 학자들, 특히 중세 서양의 지식인들은 참수된 머리에 의식이 얼마 동안 존재하는지 의문을 가졌다. 미술계에서는 성 요한의 참수된 머리를 다양한 시각에서 그림으로 표현했다.

잘린 머리의 의식 유무는 지금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가장 유력한 결론은 ‘인간은 머리가 몸에서 잘려나가는 순간 급격한 혈압저하와 강한 충격으로 곧 의식을 잃는다’이다.

<사진=작품 '세례자 요한의 참수(The beheading of John the Baptist)'>

이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기요틴(guillotine, 단두대)이 만들어진 이론적, 또는 과학적 근거로 알려져 있다. 죄인을 극형에 처하되 머리가 잘려나가면서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배려한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 참수형은 일부 이슬람 국가를 제외하고 엄격하게 금지돼 있다. 단번에 목을 베지 못할 경우 끔찍한 상황이 벌어지는 데다, 참수형이 고통을 덜어준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학자들은 잘린 머리가 일정 시간 의식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참수형을 목격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잘린 머리가 눈을 깜박이거나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 등 의식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중세 서양에서 참수형의 대명사로 통했던 기요틴 역시 인도적 참수를 위해 고안됐다. 기요탱 박사 등이 고안한 기요틴은 머리를 순식간에 절단해 의식 없이, 즉 고통을 느끼지 않고 죄수를 단죄하기 위해 만든 장치다. 실제 프랑스 혁명 전후 마리 앙투아네트 등 수많은 사람들이 기요틴의 이슬로 사라졌다.

■기요틴 의식 확인 실험
일부 과학자들은 기요틴이 오히려 비인도적 사형기구라고 주장한다. 단칼에 목을 벨 경우 두개골에 충격이 덜 가 의식이 오히려 오래간다는 것. 실제 일부 과학자들은 기요틴 형이 예정된 죄수들을 관찰한 결과, 일부 사형수의 머리가 눈을 깜박였다고 기록했다.

근대화학인물전 ‘Crucibles:The Story of Chemistry from Ancient Alchemy to Nuclear Fission’에는 흥미로운 대목이 등장한다. 질량보존의 법칙으로 유명한 프랑스 화학자 라부아지에(1743~1794)는 대혁명 중 반역죄로 기요틴 처형이 확정됐다.

머리가 잘린 뒤 의식이 있는지 몹시 궁금했던 라부아지에는 자신보다 먼저 처형된 몸종의 머리를 들고 ‘만약 의식이 있다면 눈을 깜박이라’고 소리쳤다. 놀랍게도 몸종의 머리는 잠시 동안 눈을 깜박였다.

라부아지에는 자신이 처형되던 날 가족에게 똑같은 부탁을 했다. 그의 동생은 잘린 라부아지에의 머리를 들었고, 죽은 라부아지에는 20초간 눈을 깜박였다고 전해진다.

참수 뒤 의식 유무에 대한 가장 유명한 기록은 20세기 초 등장했다. 프랑스 의사 보히유(Beaurieux)는 1905년 6월28일 기요틴으로 처형된 앙리라는 죄수의 머리가 몇 초 동안 반응한 것을 관찰하고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참수된 남성의 눈꺼풀과 입술이 6초가량 불규칙하게 움직였다. 몇 초 흐른 뒤 발작 같은 움직임은 모두 멎었고 얼굴근육이 이완됐다. 눈꺼풀은 반 정도 닫혔고 눈이 뒤집혔다. 일반적인 환자가 죽는 순간과 비슷했다.

순간 남성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놀랍게도 눈꺼풀이 서서히 열렸다. 더구나 눈동자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몇 초 뒤 눈이 다시 감겼다. 죽은 자에게 못할 짓이지만 또 이름을 불렀다. 이번에도 눈꺼풀이 열리고 나를 바라봤다.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일련의 놀라운 현상은 25~30초 사이에 이뤄졌다.

■한국에 보고된 사례
1989년 한국에 주재하던 외국 군인이 남긴 충격적인 기록도 전해진다.

당시 이 군인은 친구와 택시를 타고 놀러가다 사고를 당했다. 택시는 트럭과 정면충돌했는데, 군인은 운 좋게 살았지만 친구는 하필 목이 잘렸다. 군인의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친구의 잘린 머리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더 믿어지지 않는 것은 눈동자가 나를 바라봤다는 것. 친구는 잘린 몸을 찾으려는 듯 눈동자를 좌우로 굴렸다. 몇 초가 흐른 뒤 움직임이 멎었다.

■동물의 경우 흔하다?
머리가 잘린 후 의식이 살아있다는 것은 놀라운 이야기지만, 동물의 경우 흔하다. 잘린 도마뱀 꼬리가 멋대로 움직이는 것은 꼬마들도 아는 사실이다.

머리가 잘린 닭이 18개월이나 생존했다는 해외토픽 역시 이제는 놀랄 일이 아니다. 사람의 경우에도 잘린 손가락이나 근육 단면이 움직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동물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을 사람과 동일하게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게 과학자들의 공통적 견해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물론 중세에 진행된 기요틴 실험 결과 아무 반응도 없었던 경우가 더 많았다. 1836년 살인죄로 기요틴형에 처해진 라스넬이라는 사람은 죽기 전 “참수된 뒤 의식이 있으면 반응하겠다”고 과학자들에게 약속했지만 끝내 그의 머리는 묵묵부답이었다.

1879년 의사 세 명이 동원된 실험도 있었다. 이들은 참수된 죄인의 머리에 침을 꽂고 코 밑에 암모니아를 바르는 등 의식이 있나 실험했지만 반응이 없었다. 실험이 알려지면서 사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거센 비난이 쏟아졌고, 이후 이 같은 연구는 암암리에 진행되다 결국 사라졌다.

현대 과학자들은 잘린 머리가 반응하는 것은 사례별로 차이가 많다고 주장한다. 신체적 또는 정신적 차이에 따라, 어떤 이는 참수 후 의식이 남아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설명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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