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인공 자궁을 묘사한 콘셉트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한창이다. 인공 자궁이 인류가 직면한 저출산 문제의 유일한 돌파구라는 의견 한편에서는 인간이 기계의 힘을 빌려 신과 대등한 존재가 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근 유튜브에 게재된 ‘엑토라이프: 세계 첫 인공 자궁 시설(EctoLife: The World’s First Artificial Womb Facility)’은 아이가 만들어지는 착상부터 출산까지 모든 과정을 기계가 대신하는 미래를 담았다.

어디까지나 허구인 이 영상은 걸작 영화 ‘가타카’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한 근미래 생활상을 적극 반영했다. 아기들은 멸균된 시설에서 엄마의 노래나 태교에 좋은 음악을 들으며 자라고, 과학자들은 아이의 유전자 지표를 실시간으로 체크해 건강한 아이로 만들어준다.

엑토라이프로 만들어지는 아이는 유전자 등 모든 정보가 모니터링된다. <사진=Hashem Al-Ghaili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EctoLife: The World’s First Artificial Womb Facility' 캡처>

부모 입장에서는 조산이나 사산 등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전혀 없고, 스마트폰 앱을 통해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을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도 있다.

영상 제작자는 ‘엑토라이프’가 전 세계 과학자들이 무려 50년 이상 심혈을 기울여 제작했으며, 연간 3만 명 넘는 아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영상을 만든 이유에 대해서는 “최근 세계 인구가 80억 명을 돌파했지만 머지않아 정점을 찍고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영상에서 ‘엑토라이프’는 일본이나 불가리아, 한국 등 대표적인 저출산 국가를 위해 개발됐다고 언급된다.

연간 3만 명의 아이를 생산할 수 있도록 설정된 엑토라이프 <사진=Hashem Al-Ghaili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EctoLife: The World’s First Artificial Womb Facility' 캡처>

영상 제작자는 “기술의 힘으로 향후 수십 년의 세계 경제를 지탱할 젊은이를 늘리려는 사람들은 분명 존재한다”며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엑토라이프’ 같은 시설이 있다면 저출산 현상으로 인류가 직면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신도 출산도 불필요한 인공 자궁은 여러 과학자가 실제 연구 중인 분야다. 2017년에는 자궁 환경을 그대로 재현한 바이오 백을 통해 양을 출산하는 실험이 성공했다.

영상 제작자는 “SF 영화 속 디스토피아가 떠올라 불편한 사람도 있겠지만, 저출산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하다”며 “남성의 정자 수가 과거에 비해 급감하는 등 저출산을 가속화하는 암울한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계가 알아서 우수한 아이를 갖게 해주는 엑토라이프. 부모가 아이 상태를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사진=Hashem Al-Ghaili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EctoLife: The World’s First Artificial Womb Facility' 캡처>

‘엑토라이프’는 실제 사람의 임신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싹 제거했다. 체외수정으로 수정란을 만들고 이를 인공 자궁에 이식함으로써 임신 성공률을 높이고, 아이의 질병을 야기할 싹을 조기에 잘라버린다. 아이들이 모두 건강하고 똑똑하게 자라도록 맞춤 태교가 주어지고, 태아의 성장이 24시간 모니터링되고 필요에 따른 조치가 이뤄진다. 

산통까지 없애주는 획기적인 인공 자궁의 장점을 나열한 영상에 반발도 만만찮다. 남녀가 사랑을 나누고 아이를 갖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기계가 대신할 수 있어도 이를 실현할 권리가 인간에게 있냐는 지적이 빗발쳤다. 인간이 신의 영역에 발을 들이려는 시도는 비참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회의론도 만만찮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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