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오징어와 사투 끝에 죽은 몸길이 16m의 거대 향유고래가 발견됐다.

호주 환경토지수자원계획국(DELWP)은 최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필립아일랜드 관광지 포레스트 케이브 해변에서 발견된 향유고래 사체 사진을 공개했다. DELWP에 따르면 현재 고래 주변에는 구경하려는 현지인과 도둑들이 몰려드는 상황이다.

허먼 멜빌의 소설 '백경'에도 등장하는 향유고래는 이빨을 가진 동물 중 지구상 존재했던 가장 큰 종이다. 특히 수컷의 분비물에는 향수의 원료인 용연향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크기에 따라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호가해 '바다의 로또'로 불린다.

향유고래 사체 <사진=호주 환경토지수자원계획국(DELWP) 페이스북>

현재 고래는 부패 중으로 5㎞ 밖까지 악취가 퍼져나가고 있다. 심지어 가스로 인해 폭발, 고깃덩어리가 사방으로 튀어나가는 등 웃지못할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DELWP는 엄청난 크기 때문에 차량이나 장비를 동원하기 어려워 당분간 사체를 방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눈길을 끄는 것은 고래가 죽은 원인이다. 호주 인버로크환경센터 교육담당자 마이크 클리랜드는 조직 샘플을 채취하던 도중 고래의 옆면에서 직경 10㎝에 달하는 빨판 자국을 발견했다. 

클리랜드는 "1980년대 호주에 등장했던 다른 향유고래와 마찬가지로 큰 빨판 자국이 발견됐다"며 "향유고래는 수심 1㎞ 이상으로 잠수해 거대한 오징어를 잡아먹지만, 오징어는 다리로 향유고래를 강하게 조여 방어한다"고 말했다.

향유고래 <사진=내셔널지오그래픽 유튜브 공식채널 영상 'What Sperm Whales Can Teach Us About Humanity' 캡처>

빨판 자국은 심해 속 거대한 두 바다생물의 사투가 실제로 일어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다만 이 싸움 때문에 향유고래가 최후를 맞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클리랜드는 "명백한 사인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 고래는 자연사한 뒤 이 곳으로 떠내려왔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DELWP는 사람이나 반려견들이 고래 사체로부터 300m 안으로 접근하는 것을 금지했다.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이미 일부 도둑들이 야음을 틈타 고래의 턱 부위를 잘라내 훔쳐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사체는 용연향이 나오는 수컷이 아니라 암컷이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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