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외계인들이 지구에 메시지를 보낸다면 양자통신을 사용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에든버러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수리 모델 계산 결과 양자 입자가 최소 수십만 광년을 제대로 이동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연구팀은 외계인이 이를 이용해 지구로 메시지를 보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외계인이 지구에 어떤 식으로든 메시지를 보낸다는 주장은 꽤 오래됐다. 사실 여부를 떠나, 그 방법을 놓고는 여러 가설이 세워졌다. 양자통신 역시 그중 하나다.

연구팀은 “우주 어딘가에 존재할 외계 문명체, 즉 외계 지적 생명체가 지구에 메시지를 보냈다면, 그것은 양자통신일 때 제대로 전송됐을 것”이라며 “양자통신이어야만 은하수를 넘는 긴 거리라도 무사히 도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딘가 존재할지 모를 외계 문명이 지구와 교신을 시도한다는 가설은 오래됐다. <사진=pixabay>

연구가 한창인 양자통신은 이미 일부 실험적 시스템 운용도 시작됐다. 원자나 소립자 수준의 물리를 다루는 양자물리학을 기반으로 한 고도의 통신 기술로, 양자의 성질을 이용하면 기존 통신보다 훨씬 빠르게 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받아왔다. 광자를 이용하는 이런 통신 시스템은 원리상 해킹도 불가능하다.

다만 양자통신도 약점이 있다. 양자 디코히런스(decoherence) 현상이 대표적이다. 행성이나 항성의 중력장, 혜성의 먼지, 태양풍, 성간물질에 포함된 입자 등 외부 환경이 양자를 간섭하면 겹치기 상태가 파괴되고 만다. 이렇게 되면 이론상 거기 담긴 정보 역시 모두 없어진다.

연구팀은 양자 디코히런스 현상이 반드시 일어난다는 가정 하에, 양자통신이 천체에서 다른 천체까지 전달 자체가 불가능한지 실험했다. 천문학적 데이터와 수리 모델을 토대로 지구와 비교적 가까운 외계행성 약 100개를 대상으로 X선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측정했다.

인류의 우주개발 역사는 오래됐지만 아직 외계 문명의 실체를 잡지는 못했다. <사진=pixabay>

실험 결과 지구와 태양계 밖의 비교적 가까운 행성 간이라면 양자통신은 치명적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판명됐다. 우주에 양자 디코히런스를 야기할 요소가 존재하지만 워낙 넓어 지구의 통신보다 제약이 덜하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공간에서 차지하는 물질의 밀도가 지구보다 훨씬 낮은 것도 양자통신에 유리하다.

연구팀 관계자는 “광자를 이용한 양자통신이 별과 별 사이의 거리라도 확립될 가능성은 충분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특히 전자질량 이하의 X선 영역 광자에서는 100% 양자통신이 가능하다고 보일 정도”라고 전했다.

이어 “양자통신은 X선뿐만 아니라 마이크로파나 가시광 광자로도 실현 가능하다고 여겨진다”며 “고도의 기술이 뒷받침되는 양자통신이지만 여전히 광속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성간 거리에서 소통하려면 연 단위의 시간이 걸리는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물론 현시점에서 지구 외 문명의 존재를 입증할 양자 메시지나 이를 발신하는 천체는 특정되지 않았다. 설령 포착된다 해도 내용을 알려면 강력한 양자컴퓨터로 해독해야 한다. 그럼에도 연구팀은 이번 시도 자체가 외계 문명체의 존재를 드러내줄 ‘테크노 시그니처’라는 입장이다.

정이안 기자 angd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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