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로도쿠스 같은 거대 초식공룡이 육식공룡의 후손이라는 흥미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브리스톨대학교 연구팀은 16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를 통해 초식공룡이 육식공룡으로부터 진화했을 수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약 1억5000만 년 전 생존한 디플로도쿠스는 몸길이 최대 30m의 쥐라기 초대형 초식공룡이다. 연구팀은 디플로도쿠스 같은 초식공룡의 이빨 화석 조사 과정에서 이들의 조상이 육식공룡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결론 내렸다.

연구팀은 약 2억3000만 년 전 등장한 초기 공룡들이 지상을 지배할 만큼 큰 몸집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했다. 공룡의 이빨 화석을 통해 이들이 섭취한 것을 알아내면 그 진화 역사도 파악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

공룡이 지구의 지배자가 된 계기는 고생대의 첫 지질시대 트라이아스기에서 쥐라기에 걸쳐 벌어진 대멸종(T-J 경계)으로 여겨진다. 공룡들은 라이벌이 죽어간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고대 생태계의 지배자에 등극했다.

초대형 초식공룡 디플로도쿠스 <사진=pixabay>

연구팀은 당시 공룡이 지배자 자리를 굳힌 비결이 식성 변화라고 봤다. 공룡들이 생태계 최정점에 자리한 뒤 두개골과 치아의 모양이 점점 다양해진 이유가 식성의 다변화라는 이야기다.

조사 관계자는 "초기 공룡의 이빨과 두개골은 우리가 아는 대형 개체들에 비해 한없이 작다"며 "현생 동물의 치아가 평소 먹이를 보여주는 것과 같이 공룡 또한 이빨에 식습관의 역사가 담겨있다"고 전했다.

이어 "육식동물의 이빨은 날카롭고 뾰족해 동물의 고기와 같은 부드러운 조직에 구멍을 내 찢기 좋은 구조"라며 "초식동물의 치아는 그다지 날카롭지 않고 식물과 같은 단단한 조직을 물어뜯기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현생종 도마뱀의 이빨과 공룡 치아 화석의 유사성을 통해 고대 공룡이 무엇을 먹었는지 파악할 수 있다고 봤다. 이를 위해 고도의 컴퓨터 수치해석을 이용, 공룡 이빨 화석들을 현재의 도마뱀류와 비교했다.

조반류와 수각류, 용각류(위로부터) 공룡의 전형적인 이빨 모양 <사진=브리스톨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이 과정에서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수각류의 이빨은 뾰족하게 휘어 톱 같은 큰도마뱀과 유사성이 떠올랐다. 또한 초식공룡인 조반류와 잡식공룡인 용각류의 이빨은 이구아나와 비슷했다. 이구아나는 새끼 때 곤충을 먹다가 성체가 되면 식물을 섭취하는 초식동물이다. 조반류는 뿔이 있는 트리케라톱스, 갑옷 같은 외형으로 잘 알려진 안킬로사우루스, 오리처럼 납작한 입을 가진 하드로사우루스 등 다양한 초식공룡이 속한 그룹이다.

조사 관계자는 "대형 초식공룡 디플로도쿠스의 조상이 육식공룡일 수 있다는 사실이 조사 과정에서 밝혀졌다"며 "최초의 공룡은 육식이었다고 여겨지는데, 디플로도쿠스 같은 다른 초식공룡 역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언젠가 육식 조상을 가졌을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공룡 식성이 육식에서 초식으로 변화한 것이 조반류와 용각류의 출현과 동시가 아니라 한참 후라는 가능성도 부각됐다. 조사 관계자는 "최초의 공룡을 특별하게 만든 한 가지 요인은 트라이아스기를 통해 다양한 식생활을 진화시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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