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은 우주개발 역사에 남을 굵직한 이벤트가 많았다. 천문학적 투자로 완성된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7월부터 압도적인 관측 결과들을 내놓기 시작했고, 소행성 ‘류구’의 샘플 분석에서 가스와 액체 상태의 물을 확인하는 대발견도 있었다. 우리나라로서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된 점이 특히 고무적이다. 

민간 우주개발 업체까지 가세한 현재 우주 개척 열기는 대단히 뜨겁다. 달과 화성을 목표로 인류의 행성 이주 계획이 구체화될 정도다. 다만 광해(빛공해)와 우주 쓰레기 등 해결할 숙제도 떠올랐다. 사람이 만들어낸 인공조명이 야기하는 빛공해는 애써 만든 관측 장비의 활동을 방해한다. 이달 15일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계류 중이던 러시아 우주선에 구멍을 낸 우주 쓰레기 역시 인류의 우주개발을 가로막는 장벽이다.

빛공해가 천체 관측에 주는 타격은 어마어마하다. 스페인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대학교 연구팀이 지난 20일 발표한 자료만 봐도 실감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 칠레 등 세계 각지에 분포하는 주요 천문대의 무려 약 75%가 빛공해 탓에 관측에 방해를 받는다고 이 보고서는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인공광이 인류의 미래 전진을 막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도시를 밝히는 인공조명이 야기하는 빛공해는 제대로 된 천체 관측을 방해한다. <사진=pixabay>

이번 조사에는 일본 국립천문대(NAOJ)가 운용하는 스바루 망원경(하와이 마우나케아 천문대)과 유럽남천천문대(ESO)의 초대형망원경(VLT)이 위치한 칠레 파라날 천문대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천문대들이 포함했다. 구체적으로 구경 3m가 넘는 망원경을 운용 중이거나 건설 중인 28개 주요 천문대를 포함, 약 50개 지상 관측 시설에 대해 자연광 대비 인공광 비율의 측정이 이뤄졌다.

결과는 충격적이다. 망원경이 설치된 돔 형태의 천장 방사 휘도에서 인공광 비율이 1%를 밑도는(사실상 관측에 방해를 받지 않는) 곳은 파라날 천문대와 마우나케아 천문대 등 7곳에 불과했다. 다른 21개 주요 천문대들은 모두 인공광 비율이 1%를 웃돌았다.

또한 망원경의 지향성을 확보하는 최저 높이에서 나타나는 평균 방사 휘도에서 인공광 비율이 1%를 밑돈 곳은 28곳 중 호주 시드니 천문대 하나였다. 무려 18개 천문대는 국제천문학연합(IAU)이 1970년대 정한 최저 기준(10% 이하)을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2022년 영국 그리니치 왕립 박물관의 국제 천체 사진 경연 대회 우승작. 레너드 혜성을 환상적으로 포착하는 데는 광해의 방해를 받지 않는 티볼리 애스트로 팜의 지역적 특성도 작용했다. <사진=그리니치 왕립 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28개 주요 천문대 외의 시설까지 포함할 경우 빛공해의 영향이 가장 적은 곳은 나미비아의 티볼리 애스트로 팜에 조성된 천문대였다. 아프리카 남서부 국가 나미비아는 전체 국토 대비 도시 분포도가 낮고 대부분 사막이어서 광해의 영향이 다른 지역 대비 덜한 것으로 평가됐다.

실제로 티볼리 애스트로 팜은 영국 그리니치 왕립 박물관의 국제 천체 사진 경연 대회 ‘Astronomy Photographer of the Year 2022’에서 종합 우승을 거머쥔 레너드 혜성(C/2021 A1)이 포착된 지역이다.

이번 조사와 관련, 천문학자들은 제임스웹우주망원경 등 차세대 천체 관측 장비가 우주에서 활약하는 시대에 지상 망원경들도 제대로 가동되기 위해 빛공해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칠레 라스 캄파나스 천문대에 건설 중인 거대 마젤란 망원경. ELT에 이어 큰 지상 천문대다. <사진=GMT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사람의 편리한 생활을 가능하게 해준 것이 인공광이지만 지나친 조명은 인류의 미래 개척을 위한 천체 연구를 가로막는다”며 “칠레 5번 고속도로 조명이 라스 캄파나스나 라 시야 등 주요 천문대 빛공해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만 봐도 상황이 심각함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칠레 고속도로 5번 도로는 현지에서 가장 긴 3364㎞ 노선이다. 이 도로의 조명을 조금만 줄일 경우 라스 캄파나스 천문대에 들어서는 ‘거대 마젤란 망원경(Giant Magellan Telescope, GMT, 2029년 완공 예정)’의 광해를 절반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빛공해의 감소는 지상 관측 장비의 가동률 제고에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많은 기대를 모으는 GMT의 경우 천문대 높이만 65에 24.5m 급 대형 주경을 탑재했고 허블우주망원경보다 무려 10배 높은 해상도로 천체를 들여다볼 수 있다.

칠레 아타카마 사막 세로 아마조네스 산정에 조성 중인 ELT의 운용 상상도. 높이 약 80m로 현재 존재하거나 건설 중인 지상 천문대 중 가장 크고 막강한 성능을 자랑한다. <사진=ESO 공식 홈페이지>

ESO가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조성하는 ‘유럽 초대형 망원경(Extremely Large Telescope, ELT)’도 GMT와 더불어 차세대 지상 관측 장비를 대표한다. 능동광학과 적응광학 기술을 적용한 ELT는 무려 39.3m에 달하는 주경을 초당 1000회 수정할 수 있는 고성능을 자랑한다.

우주개발의 큰 걸림돌인 우주 쓰레기 역시 빛공해를 증가시키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지구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과 우주 쓰레기 등 인공물이 우주 공간에 증가하면서 밤하늘이 10% 이상 밝아질 가능성이 있다.

NASA 관계자는 “향후 천체 관측은 제임스웹 같은 우주 공간의 장비와 지상 천문대의 협업이 중요하다”며 “지상의 주요 망원경들이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광해 감소가 필수이며, 이를 위해서는 주요 천문대가 자리한 국가들이 관련 법규까지 적극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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