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이 낮다고 여겨지는 물고기가 자기 얼굴을 똑똑히 인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 속의 얼굴을 알아보는 것은 원숭이 등 일부 동물만의 특권이라는 인식이 깨졌다.
일본 오사카공립대학교 생물학자 코우다 마사노리 교수 연구팀은 7일 연구 성과를 공개하고 청줄청소놀래기(Labroides dimidiatus)가 사진 속 자기 얼굴을 분명히 알아본다고 전했다.
침팬지나 코끼리, 돌고래 등 지능이 높은 동물들은 거울에 비친 자기를 인식한다. 물고기도 가능하다고 본 코우다 교수는 청줄청소놀래기를 대상으로 관련 실험을 계속해 왔다. 지난해 2월에는 이 물고기가 ‘거울 자아 인식(mirror self-recognition)’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번 연구는 거울 속 상이 아닌 사진에 대한 청줄청소놀래기의 얼굴 인식 능력을 알아보기 위해 기획됐다. 거울 자가 인식이 가능한 청줄청소놀래기들을 골라 수조에 넣고 자기 사진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각 사진들을 약간 가공했다. 청줄청소놀래기의 목 부분에 기생충과 비슷한 마크를 칠했다. 사진을 본 개체 8마리 중 6마리는 마크가 붙은 부분을 공격하면서 기생충을 포획하려 했다. 반면 마크가 없는 자기 사진이나 마크가 있는 다른 개체의 사진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청줄청소놀래기가 어디를 보고 자기를 판단하는지 궁금했다. A라는 개체의 몸통 전체를 담은 사진과 A의 얼굴과 B의 몸통을 합성한 사진, B의 얼굴과 A의 몸통을 합성한 사진, B의 몸통 전체 사진 등 4가지 이미지를 제시했다.
그 결과 청줄청소놀래기는 얼굴이나 온몸이 다른 개체일 경우 공격적 태도를 보였지만 얼굴이 자신일 경우 몸이 다른 개체라도 공격하지 않았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청줄청소놀래기가 사진 속 자기 얼굴을 분명히 인식한다고 결론 내렸다.
코우다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간이나 원숭이, 돌고래 같은 고등동물은 물론 물고기도 고도의 자기 인식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며 “동물의 인식력과 관련, 지금까지 학설을 뒤집을 가능성이 있는 발견”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농어목에 속하며 최대 12㎝까지 자라는 청줄청소놀래기는 다른 물고기 표면에 들러붙은 기생충이나 찌꺼기를 먹이로 삼는다. 때문에 이름에도 ‘청소부(cleaner)’가 붙었다. 고도의 인식력은 물론, 침팬지와 맞먹는 인내심까지 가진 사실이 2021년 스위스 연구팀에 의해 밝혀졌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