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고대 로마시대 유적에서 발견된 목재 남근 조각이 성인용품일 가능성이 새롭게 제기됐다. 

영국 빈돌란다 박물관 고고학 연구팀은 20일 국제 학술지 '엔티쿼티(Antiquity)'에 소개된 논문에서 고대 로마인들이 만든 남자 성기 조각의 새로운 용도가 밝혀졌다고 전했다.

이 조각은 고대 로마인들이 영국 하드리아누스에 세운 장성 근처에서 발견됐다. 로마군이 주둔한 빈돌란다 유적에서 이 조각을 출토한 고고학자들은 남자 성기를 본뜬 일종의 부적이라고 생각했다. 

영국의 고대 로마시대 빈돌란다 유적에서 발견된 남자 성기 조각. '파르스'라고 부르는 이런 조각은 로마인의 부적, 절구질 등으로 추측돼 왔다. <사진=pixabay>

실제로 고대 로마제국에서는 남성 성기 모양으로 깎은 조각을 귀신을 쫓고 집안을 풍요롭게 하며 많은 자손을 낳게 하는 부적으로 여겼다. '파르스(farce)'라고 부르는 이런 조각을 남자는 물론 여자들도 액세서리 삼아 몸에 지니고 다녔다.

연구팀은 길이가 17㎝인 이 나무 조각에 아무래도 다른 용도가 있다고 의심했다. 3D 스캔을 통해 조각의 비밀을 면밀히 조사한 연구팀은 다른 부분에 비해 유독 많이 닳아 매끄러운 부분이 있음을 확인했다.

조사 관계자는 "이 조각은 식재료나 약제 등 재료를 으깨기 위한 절구질로 여겨지기도 했다"며 "지금까지 학자들은 파르스를 로마인들의 기록이나 관습, 역사에 결부한 나머지 부적 또는 절구질 외의 용도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잦은 마찰로 매끄럽게 변질된 부분. 3D 스캔 결과 드러났다. <사진=엔티쿼티 공식 홈페이지>

이 관계자는 "파르스의 양쪽 끝이 다른 부분에 비해 많이 닳아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 조각은 아무래도 어른들의 장난감으로 애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여러 문헌 조사에서 고대 로마인이나 그리스인들이 여러 유형의 성인용품을 만들어 쓴 사실은 이미 밝혀졌다. 연구팀은 번영과 번식을 상징하는 파르스가 부적인 동시에 어른들의 욕구를 채워주는 성인용품으로 각광받았다고 결론 내렸다.

빈돌란다 박물관은 새로운 용도가 드러난 목재 남근 조각을 특별 전시할 계획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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