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차세대 로켓 'H3'의 두 번째 발사도 실패로 돌아갔다. 로켓이 발사대를 떠나는 데는 성공했으나, 추진체 시동이 확인되지 않아 값비싼 신형 위성과 함께 지령 파괴되는 최악의 결과를 맞았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7일 브리핑을 갖고 이날 오전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진행된 'H3' 로켓 발사가 최종 실패했다고 전했다.
'H3' 로켓은 7일 오전 10시37분 발사대로부터 힘차게 솟아올랐다. 예정된 지구 저궤도로 비행하는 과정에서 보조 로켓 및 1단 분리에 차례로 성공했으나 2단 추진체 엔진 점화가 확인되지 않아 발사 약 14분 만에 지상관제소가 시스템을 통해 지령 파괴했다.
일본의 신형 로켓이 발사 후 문제로 공중분해된 것은 5개월 사이 벌써 두 번째다. JAXA의 소형 로켓 '입실론' 6호는 지난해 10월 12일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뒤 추진체 자세 제어장치 문제로 각도가 어긋나 지령 파괴됐다.
JAXA와 미쓰비시중공업이 공들여 제작한 'H3' 로켓은 지난달 17일 첫 발사 시도에서 고체 연료 부스터 'SRB-3'의 점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로켓과 지상 설비를 연결하는 장치에서 전기 노이즈가 발생, 시스템이 부스터 점화를 자동 차단했기 때문이다.
이날 두 번째 시도에서는 일단 로켓이 공중으로 발사된 뒤 문제가 발생한 터라 JAXA로서는 눈물을 머금고 공중분해를 택했다. 로켓에 탑재된 지구 관측용 위성 '다이치 3호'는 궤도에 오르지도 못한 채 최후를 맞았다.
일각에서는 JAXA가 'H3' 로켓 발사를 너무 서둘렀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됐다. 2월 발사 실패 후 JAXA는 "3월 10일 이전에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스스로 기한을 정했다. 달 탐사처럼 지구와 달의 거리, 즉 타이밍이 중요한 미션도 아니어서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결국 로켓과 페이로드가 한꺼번에 날아가면서 가뜩이나 중국에 우주개발 선수를 빼앗긴 일본으로서는 큰 타격을 입게 됐다.
JAXA가 조바심을 낸 이유로는 예상보다 길어진 'H3' 로켓 개발 기간이 꼽힌다. 'H3'는 원래 2020년 첫 발사를 예정했다가 주 엔진 'LE-9' 개발에 너무 긴 시간을 빼앗겼다. 이후 터빈 날개에 금이 가는 등 큰 불량이 발견돼 발사가 계속 연기됐다.
'H3' 로켓은 지난 2001년부터 운용되고 있는 일본 주력 로켓 'HIIA'의 후속 기체다. 이번에 발사가 성공했다면 향후 20년간 일본 우주개발의 중추로 활약했을 로켓이다. 길이 약 63m, 직경 약 5.2m 중형 기체로 'HIIA'에 비해 크고 페이로드 탑재 능력은 1.3배로 향상됐다. JAXA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부품 원가 절감에 중점을 뒀고, 회당 발사 비용을 'HIIA'의 약 절반인 50억엔(약 480억원)으로 낮추도록 설계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