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동물처럼 비명을 지른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교 연구팀은 2일 발표한 논문에서 스트레스와 상처를 받은 토마토가 '톡톡' '따다닥' 등 뭔가 터지는 신음 소리를 낸다고 전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식물들은 물이 극심하게 부족하거나 줄기가 잘려 나가는 등 악조건에 노출되면 스트레스가 폭발하면서 사람과 같이 비명을 질러댄다.
식물이 동물처럼 특정 조건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졌다. 연구팀은 식물이 발성기관을 갖지 않았을 뿐, 동물처럼 소리를 낸다고 보고 사람 귀에 들리지 않는 음역대를 잡는 마이크를 동원, 실험에 나섰다.
연구팀은 초보자도 무난하게 키울 수 있는 토마토와 담배를 준비했다. 고감도 마이크를 식물의 줄기와 잎 등 다양한 곳에 설치한 연구팀은 일부러 며칠간 물을 주지 않고 줄기를 잘라내면서 식물의 소리를 녹음했다.
아래 동영상의 1분35초 구간에서 마치 야생 조류가 내는 것과 비슷한 소리를 확인할 수 있다. 연구팀은 스트레스를 받은 토마토와 담배가 사람 귀에는 들리지 않지만 분명 비명을 지른다고 결론 내렸다.
실험 관계자는 "스트레스에 노출된 토마토와 담배는 1시간에 약 30~50회 불규칙하게 소리를 냈다"며 "마이크가 잡아낸 불가청 주파수를 인공지능(AI)를 이용, 종류별로 구분하는 데도 성공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런 소리가 식물의 종류나 환경에 따라 각기 다르다고 결론 내렸다. 실험 관계자는 "물을 주지 않은 식물은 말라붙기 시작하며 '푸석푸석' '바삭바삭' 같은 소리를 냈다"며 "잎이나 줄기가 잘려 나갈 때는 '다다닥' 하고 보다 급박한 소리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어 "식물은 아마도 관다발, 즉 뿌리에서 빨아들인 수분 등이 운반되는 통로에 기포를 생성하는 방식으로 소리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 이야기대로라면 식물은 캐비테이션(cavitation), 즉 공동 현상에 의해 비명을 지른다. 공동 현상은 유체의 압력차에 의해 단시간에 발생한 기포가 소멸되면서 생기는 강한 압력파가 원인이다.
실험 관계자는 "가장 큰 수수께끼는 식물이 과연 무엇을 위해 비명을 지르는가"라며 "식물 역시 동물처럼 저마다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소리를 낸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 식물은 의외로 수다스러운 존재로 소리나 진동에 민감하다"며 "식물에 꿀벌 등 꽃가루 매개자가 내는 소리를 들려주면 꽃에 맺히는 꿀의 당도가 올라가고, 일부 유전자 스위치가 전환되는 것이 이미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식물이 내는 비명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면 작물 재배가 훨씬 수월할 것으로 기대했다. 밭에 마이크를 설치하고 수분 부족 시 나는 비명이 감지되면 즉시 물을 주는 등 능동적이고 효과적인 농업이 가능하다고 연구팀은 내다봤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