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지구의 수중 생태계를 지배한 것으로 추측되는 일명 '킬러 올챙이'의 두개골을 과학자들이 복원했다.
고생물 이론과 화석 조각, 첨단 기술이 동원돼 재현된 '클래시그라이너스 스코티쿠스(Crassigyrinus scoticus)'는 약 3억3000만년 전 석탄기 현재의 스코틀랜드 일대에 존재한 것으로 생각되는 가공할 수중 포식자다.
이 고생물은 지금껏 머리 등 화석 일부분만 발견됐고 그나마 상태가 좋지 않아 생김새를 추측할 뿐이다. 학자들은 어른 상반신 정도의 몸집에 억센 이빨이 촘촘하게 난 머리, 2개 또는 4개의 다리, 넓적한 꼬리를 가진 수중생물로 보고 있다.
'클래시그라니어스'는 1929년 고생물학자 데이비드 왓슨이 관련 서적을 펴내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생김새를 두고 오랜 시간 의견이 분분한데, 영국 고생물 아티스트 밥 니컬스(47)가 2018년 내놓은 스케치가 유명하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연구팀은 '클래시그라이너스'의 머리 화석 단편을 토대로 복원한 두개골을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선보였다. 이들은 몇 안 되는 머리 화석 조각을 이어 붙이고 CT 스캔 및 3D 시각화 기술을 동원해 '클래시그라이너스'의 두개골을 처음으로 만들어냈다.
연구팀 관계자는 "고생대 데본기 말기에서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에 서식한 '클래시그라이너스'는 원래 원시적인 양서류를 통틀어 이르는 견두류로 여겨졌다"며 "발굴된 화석만으로 형태학적 생김새 추정이 어려웠지만, 최신 기술을 통해 대략적인 외형은 재현해냈다"고 전했다.
UCL 연구팀은 '클래시그라이너스'의 몸이 거대한 올챙이라기보다는 현생종 악어와 흡사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올챙이라고 보기에는 몸통이 아주 납작하고, 두개골은 지금의 악어처럼 길고 뾰족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두개골의 형태로 미뤄 '클래시그라이너스'의 다리는 비교적 짧고 몸통은 평평해 지금의 악어와 아주 흡사할 것으로 연구팀은 생각했다. 지금까지 연구와 달리 이 고생물의 몸길이는 최소 2m, 최대 3m에 이를 수 있다고 추측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두개골을 보면 '클래시그라이너스'는 고대 양서류를 구성한 탄룡목과 분추목의 딱 중간 형태로 생각된다"며"물가에 매복하다 먹이를 낚아채 강력한 턱힘으로 물어뜯는 현대 악어와 비슷한 먹이활동을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혼탁한 수중에서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큰 눈을 가졌고, 물속에서 진동을 감지하는 측선도 가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사지동물인 '클래시그라이너스'는 물에서 육지로 이동한 최초의 생물과 관련이 있는 만큼 연구 가치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클래시그라이너스'가 실라칸스와 마찬가지로 전기를 감지하는 기관을 가졌을 것으로 봤다. 뱀이 화학물질을 탐지하는 위한 야콥손 기관 등 풍부한 감각기관을 동원해 사냥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UCL은 복원된 '클래시그라이너스'의 두개골을 바탕으로 신체 전반은 물론 각부의 형태와 크기, 구성을 추측해 이 고생물의 생태를 보다 자세히 알아볼 계획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