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포식자 범고래가 사슴과 한가롭게 바다에서 수영하는 희한한 상황이 카메라에 잡혔다.

태평양고래보호협회(PWWA)는 8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이달 초 미국 워싱턴주 앞바다에서 가까운 거리를 두고 헤엄치는 범고래와 사슴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 사진은 지난 4일 보트를 타고 워싱턴주 북서쪽 산 후안 제도를 지나던 샘 머피라는 사진작가가 촬영했다. 작가는 범고래가 헤엄치는 익숙한 광경에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사진들을 뽑아 정리하던 작가는 사슴의 존재를 뒤늦게 확인하고 충격에 휩싸였다.

작가는 "오랜 세월 자연계 사진을 찍으면서 별 황당한 장면을 목격했다"면서도 "이번처럼 보고도 믿을 수 없는 놀라운 상황은 난생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흰꼬리사슴이 바다를 헤엄치는 것은 것은 드문 일이 아니지만, 옆에 범고래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진=Sam Murphy·PWWA 공식 페이스북>

사진을 접한 PWWA 고래 전문가들도 신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PWWA에 따르면, 사진 속의 범고래는 T124C라는 일련번호로 관리 중인 수컷으로 애칭은 쿠퍼다.

PWWA 관계자는 "사진의 흰꼬리사슴은 원래 시속 약 24㎞로 바다나 호수를 수 ㎞ 이동할 수 있다"면서도 "하필 사슴이 바다의 포식자 범고래 옆을 지난 것은 뭐라 설명할 길이 없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해수면을 뚫고 등을 보인 쿠퍼 바로 옆에 빼꼼하게 나온 흰꼬리사슴의 머리가 보인다"며 "쿠퍼는 사슴에게 덤벼들지 않고 사슴도 당황하는 기색이 없다. 이런 일이 벌어진다니 놀랍다"고 덧붙였다.

미국 워싱턴주 앞바다에서 헤엄치는 범고래와 흰꼬리사슴 <사진=Sam Murphy·PWWA 공식 페이스북>

해당 해역의 관찰 카메라를 돌려본 PWWA 고래 전문가들은 쿠퍼가 사슴 옆을 유유히 헤엄쳐 지나간 것을 확인했다. PWWA는 범고래가 똑똑하고 호기심이 많아 흰꼬리사슴 곁으로 직접 다가간 것으로 결론 내렸다. PWWA 관계자는 "아마 쿠퍼는 사슴이 평소 포식하는 물범이나 바다사자보다 고소한 지방분이 훨씬 적은 것을 눈치챈 것 같다"고 말했다.

범고래가 눈앞의 먹이를 보고도 유유히 사라진 사례는 더 있다. 호주 고래 보호단체 웨일워치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WWWA)는 지난해 1월 공식 유튜브를 통해 선박 그물에 얽혀 꼼짝 못 하는 혹등고래를 범고래 무리가 구해주고 사라지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미국 워싱턴주 인근 바다에서는 범고래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번에 사진이 찍힌 해역에는 400마리 가까운 범고래가 서식 중이다. 범고래는 워싱턴주를 상징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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