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시베리아의 영구 동토에 잠들었던 약 4만6000년 전 선충류가 고생물학자들에 의해 소생됐다. 선충들은 곰벌레처럼 휴면 상태에 들어가 극한의 환경을 견딘 것으로 확인됐다.
독일 막스플랑크 분자세포생물학·유전학 연구소는 27일 공식 채널을 통해 약 4만6000년 전 시베리아에서 동결된 상태로 잠든 선충들을 소생시켰다고 발표했다.
연구소는 이 선충들이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신종이라고 전했다. 꽁꽁 얼어붙은 극한의 시베리아에서 꿋꿋하게 살아남은 비결은 일부 선충류에서 나타나는 크립토바이오시스(cryptobiosis)라는 휴면 시스템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크립토바이오시스 상태에서 생물은 물이나 산소가 없어도 오랜 세월 견딘다"며 "일반 생물은 도저히 살 수 없는 상황에서 대사율을 뚝 떨어뜨려 일종의 가사 상태에 빠지는 크립토바이오시스는 곰벌레도 사용한다"고 전했다.
소생된 선충들은 '파나그로라이무스 콜리맨시스(Panagrolaimus kolymaensis)'로 명명됐다. 세포분화 연구에 동원되는 예쁜꼬마선충과 분자 수준의 동일성을 많이 보유했다. 두 선충 모두 트레할로스라는 당질을 만들어내며, 이것이 동결이나 건조, 고온 등 극한의 환경에서 선충을 지키는 원동력으로 보인다.
5년 전 시베리아 동토 깊이 약 40m에서 발견된 선충들은 연구소 관계자가 우연히 두 마리를 가져다 양분을 주면서 극강의 생명력이 확인됐다. 놀란 학자들은 얼음 샘플의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 선충들이 최소 4만5839년, 최대 4만7769년 전부터 얼어붙은 것으로 파악했다.
조사 관계자는 "예쁜꼬마선충 같은 일부 선충류의 생화학적 생리작용이 고대 선충류에서도 확인된 것은 매우 인상적"이라며 "선충은 다른 동물처럼 오랜 세월을 거치며 진화했으며, 독특한 휴면 시스템은 이들의 생존력을 대대로 몇 배는 올려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