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이 나노 수준에서 손상을 자가 복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이번 발견을 이용하면 항공기 사고나 교각 붕괴 등을 야기하는 금속 피로를 줄일 것으로 학계는 기대했다.
미국 샌디아 국립연구소(SNL)와 텍사스A&M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19일 공식 채널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실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금속은 아무리 견고해도 외부의 힘이 반복해 작용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균열이 생기고 결국에는 부러진다. 이러한 금속의 피로 손상은 기계와 건축물 등이 망가지는 주된 원인이다.
때문에 학계는 피로 손상을 스스로 복구하는 소재 개발에 매달려 왔다. 현재 손상 일부를 회복하는 플라스틱은 등장했지만 금속의 경우 자가 복구가 어려울 것으로 생각돼 왔다.
학계의 고정관념을 깬 발견은 지난 2013년 발표된 논문과 관련이 깊다. 이번 연구를 이끈 텍사스A&M대학교 마이클 뎀코비츠 교수는 당시 일정 조건이 갖춰지면 비록 나노 수준이지만 금속의 균열 복구가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10년 전 이론이 증명된 것은 사실 우연이었다. 투과형 전자현미경 기술이 근래 발달하면서 금속의 나노 스케일 피로 균열 관찰이 가능해진 점도 도움이 됐다. 뎀코비츠 교수가 속한 공동 연구팀은 원래 금속 피로 현상을 조사했는데, 이 과정에서 백금의 자가 복구 능력이 확인됐다.
뎀코비츠 교수는 "특수 전자현미경을 이용해 진공 상태의 백금 조각에 나노 스케일의 균열을 내고 이를 초당 200회 당겨 균열 변화를 평가했다"며 "실험 시작 40분 뒤 백금 표면의 상처 일부가 복구됐다. 시간을 되감은 것처럼 표면의 균열이 메워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백금의 자가 복구 과정에 대해 아직 불분명한 점이 많다고 인정했다. 이 현상이 관찰된 것은 진공 속의 백금이었는데, 같은 현상이 공기 중의 다른 금속에서 일어날지는 미지수다.
연구팀은 만약 진공 상태의 백금에서 확인된 금속 피로의 복원력을 인간이 활용할 단계가 되면 엔진이나 교각 등 기존보다 훨씬 내구성이 높은 기계나 구조물을 만들 것으로 기대했다.
뎀코비츠 교수는 "이번 발견이 계기가 돼 보다 튼튼하고 금속 피로의 영향을 덜 받는 기기가 생산되면 인류의 삶은 훨씬 안전하고 윤택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