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번호가 뒤로 갈수록 학생의 성적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성적 편차가 유의미하게 큰 것은 아니지만, 간발의 차이로 합격과 불합격이 나뉘는 중요한 시험도 있는 만큼 학교의 출석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미국 미시간대학교 연구팀은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16일 공개했다. 연구팀은 이런 경향의 원인이 연속적으로 과제를 채점하는 교사가 시간이 갈수록 낮은 점수를 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미시간대 교수들이 작성한 학생 성적 평가 기록을 3000만 건 이상 분석해 이런 결론에 다다랐다. 미국 대학들은 대부분 학생 이름의 알파벳순으로 출석번호를 정하며, 시험지나 리포트의 채점은 당연히 출석번호 순으로 진행한다.

채점자는 출석번호가 뒤쪽인 학생에게 보다 박한 점수를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조사를 주도한 미시간대 제프 캐롭 교수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 대부분의 학교가 학생 이름의 알파벳 순서대로 출석번호를 정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출석번호가 뒤인 학생은 앞인 학생과 평균 0.6점의 차이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교수는 "A부터 B, C, D, E로 시작하는 성을 가진 학생들의 평정은 평균적으로 0.3점 높았다"며 "반대로 U, V, W, X, Y, Z로 시작하는 성을 가진 학생들은 평균 0.3점 낮은 경향이 있었다. Z에서 A로 역순으로 채점할 경우, A 쪽 학생의 점수가 낮아졌다"고 말했다.

출석번호가 뒤쪽인 학생은 교수의 눈에 부정적으로 비치거나 점수를 따는 데 있어 불리한 지적을 받을 가능성이 많았다. 이런 경향은 학생의 과제 발표 후 교수의 질의응답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교수로부터 과제를 다시 수정하라는 잔소리를 듣는 확률도 출석번호가 뒤인 학생이 높았다. 

출석번호가 뒤인 학생은 과제 제출 후에 잔소리를 들을 확률도 높았다. <사진=pixabay>

제프 캐롭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사람의 집중력 및 성적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연관 지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교수들은 시간이 갈수록 많은 과제를 들여다보면서 오류를 발견하는 집중력이 향상될 수도 있고, 장시간 과제나 시험지를 들여다본 탓에 집중력이 저하될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이어 "0.6점 차이가 미미할 수는 있지만 채점자의 편향이 무의식중에 일어난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작은 점수 차이에도 합격과 불합격에 결정되는 시험들이 있는 만큼 보다 공정한 채점을 위해 학사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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