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10대 아들의 피를 수혈하는 미국 IT 갑부 브라이언 존슨(45)의 이야기가 연일 화제다. 평생 불로초를 찾아 헤맨 진시황의 기록에서 보듯, 회춘은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꿈이다. 학자들 역시 젊음을 되돌릴 방안이나 최소한 노화를 늦출 방법을 찾고 있다. 극단적으로 보이는 혈액 수혈은 과연 회춘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브라이언 존슨은 최근 17세 아들의 피를 혈장,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을 분리하고 본인 정맥에 혈장을 주사했다. 브라이언은 이런 방법으로 본인의 오래된 혈액을 복구·재생하면 젊음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확실한 실험을 위해 본인 혈장을 70세 부친에게도 공급했다.
10대의 혈액을 주입하는 시도는 일단 의사나 전문가들은 만류한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2019년 보고서에서 젊은 사람의 피를 몸에 주입하는 것은 노화나 기타 질환에 대한 임상적 이점이 아무것도 증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학자들이 진행한 연구들을 근거로 볼 때, 젊음을 되돌리려는 브라이언의 시도는 일단 시의적절하다. 사람의 노화가 일반적으로 45세부터 시작된다는 연구 결과가 2021년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 듀크대학교 연구팀은 1972~1973년 태어난 뉴질랜드 성인 남녀 1037명을 모집, 약 50년에 걸쳐 축적된 생물학적 데이터베이스를 들여다봤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노화의 평균적인 시작점을 추측해냈다.
피실험자들은 대체로 45세부터 몸의 노화 징후가 나타났다. 이때부터 인지 기능 감퇴가 관찰됐다. 얼굴 등 외모도 늙기 시작했다. 심장이나 혈관, 감각, 운동기능도 떨어졌다. 뭣보다 피실험자들 스스로 자신이 늙었고 더 이상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회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과학적인 연구는 아주 활발하다. 암은 물론 코로나19 같은 감염증, 알코올 의존증, 심지어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치료 가능성까지 제기된 분변이식(건강한 사람의 장내 미생물을 환자에 이식하는 것)이 현재 기대되는 노화 방지 대책이다.
아일랜드 국립 코크대학교 연구팀은 2021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 에이징(Nature Aging)에 발표한 논문에서 어린 쥐의 분변을 나이 든 쥐에 이식한 결과 면역력이 회복되고 뇌 인지 기능까지 눈에 띄게 향상됐다고 밝혔다.
혈액보다는 단백질로 불로불사의 꿈을 실현하려는 이들도 있다. 이스라엘 바일란대학교 연구팀은 2021년 보고서에서 늙은 쥐 체내의 특정 단백질 'SIRT6'를 늘린 결과 수명이 평균 23%, 최대 30%까지 늘어났다고 전했다. 'SIRT6'는 회춘 단백질로 널리 알려졌는데, 늙은 쥐들은 다양한 질병에 대한 내성까지 보였다.
기존 약물이 회춘의 열쇠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일본 오사카시립대학교 연구팀은 2020년 실험에서 고혈압 치료제로 사용되는 이뇨제의 일종 메톨라존(metolazone)이 미토콘드리아의 수명을 늘렸다고 발표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호흡에 밀접하게 관계하는 일명 '세포의 에너지 발전소'다.
사실 청년의 피를 받아 젊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은 브라이언 본인도 잘 안다. 브라이언은 다소 무모해 보이는 자신의 행위가 어디까지나 실험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쏟아지는 관심에 대해 브라이언 존슨은 "누군가는 우리를 욕하지만 젊은 심신을 거부할 이가 대체 몇이나 될지 의문"이라며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회춘의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내가 가진 것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