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로 작동하는 값싸고 안전한 추진기가 유해성이 강하고 비싼 기존 인공위성 추진기를 대체할지 주목된다. 

일본 도쿄대학교 졸업생들이 설립한 우주 벤처 페일 블루(Pale Blue) 사는 21일 공식 채널을 통해 물로 움직이는 인공위성 추진기의 성능 실험이 우주 공간에서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 회사는 기존 인공위성 추진기에 비해 안전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지속가능한 모델을 제작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했다. 인체에 무해하고 저렴한 물을 활용한 인공위성 추진기를 개발하기 위해 10년 넘게 시행착오를 거쳤다.

이들이 제작한 추진기는 수증기를 데울 때 생성되는 플라즈마를 내뿜는 방식이다. 지금은 큐브샛 정도의 초소형 인공위성에 맞는 추진기가 고작이지만 궤도 수정이나 자세 제어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 입증됐다.

페일 블루의 가장 작은 물 추진기 'Resistojet Thruster Mini' <사진=페일 블루 공식 홈페이지>

그간 인공위성은 질소와 수소 화합물 하이드라진을 추진제로 사용했다. 발열성이 우수해 전투기 연료로도 쓰이는 하이드라진은 사람 피부나 호흡기에 피해를 입히는 맹독성 물질이다.

하이드라진을 대체할 인공위성 추진제로는 크세논이나 크립톤 가스가 꼽혀왔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운용하는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가 가스 이온 추진기를 탑재했다. 희소 가스를 이용한 이온엔진은 지금도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데, 가격이 비싼 것이 단점이다. 

페일 블루의 물 추진기는 기존 인공위성 추진기의 단점을 대부분 개선했다. 크세논이나 크립톤 등 희귀 가스는 큰 추진력을 얻을 수 있지만 가격은 둘째 치고 다루기도 까다롭다. 물 추진기는 연료 자체가 무독성이고 제작비 및 유지비가 싸다. 달이나 화성 등 천체에 물이 존재할 경우 현지 탐사나 관측에 아주 유리하다.

페일 블루의 물 추진기 실험실. 인공위성 추진기를 연구하던 도쿄대학교 졸업생들이 의기투합해 회사를 차렸다. <사진=페일 블루 공식 홈페이지>

페일 블루가 제작한 물 추진기는 이미 정식 데뷔를 마쳤다. 지난해 11월 미 항공우주국(NASA)의 차세대 로켓 '스페이스 론치 시스템(SLS)'에 탑재된 일본 초소형 탐사선 '에클레우스(EQUULEUS)'에 이 회사와 도쿄대 재학생들이 만든 물 추진기가 장착됐다. 달 탐사선 '에클레우스'는 SLS에서 정상 사출돼 현재 이상 없이 달로 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발사에 실패한 JAXA의 '입실론 6호' 로켓에 실린 초소형 인공위성에도 물 추진기가 탑재됐다. 페일 블루와 JAXA는 당시 물 추진기를 본격 실증할 계획이었지만 '입실론 6호' 로켓이 제어 불능 상태에 빠져 공중분해되면서 기회를 놓쳤다.

이달 3일 미국 민간 우주개발 업체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은 소니 등이 개발한 초소형 인공위성을 싣고 날아올랐다. 해당 위성에도 페일 블루의 신형 물 엔진이 탑재됐다. 회사는 오는 2월 이 추진기를 이용, 인공위성을 목표한 궤도에 투입하는 실험에 나선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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