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석기시대 인류가 만들어 직접 착용한 샌들이 스페인 동굴에서 발견됐다. 우리 조상이 즐겨 신은 짚신과 흡사한 이 샌들은 대략 6200년 제작된 것으로 추측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자치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약 6200년 전 중석기시대 샌들과 바구니 등 세공품을 소개했다. 연구팀은 이 샌들이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인류의 신발이라는 입장이다.

제법 정교하게 만들어진 샌들 등 세공품은 박쥐 서식지로 유명한 스페인 안달루시아 동굴에서 나왔다. 19세기 후반 광부들이 우연히 발견한 이 동굴에서는 최근 고대인 샌들 22켤레와 오래된 바구니가 발굴됐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동굴에서 발견된 나무망치와 식물 줄기로 엮은 샌들 <사진=바르셀로나자치대학교 공식 홈페이지·Martinez Sevilla>

조사 관계자는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 이들 세공품 대부분은 그동안 이 동굴에서 나온 고대인의 물건보다 적어도 2000년 이상 오래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박쥐가 서식하는 이 동굴은 찬 바람이 통하고 습도가 낮아 유기물이 썩지 않고 잘 보존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출토된 물건 중에는 바구니, 끈, 깔개, 나무망치도 있었다"며 "벼목 화본과 식물 나래새로 짠 바구니는 약 9500년 전의 것으로 이 지역의 수렵 채집 민족과 초기 농경 민족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동굴에서 나온 세공품들은 고대인이 이미 9500년 전 다양한 원자재를 활용해 꼭 필요한 생활 도구를 만드는 기술을 확립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중석기시대에 만들어진 제법 정교한 바구니(A~C). 부속품으로 보이는 고리(D)도 나왔다. <사진=바르셀로나자치대학교 공식 홈페이지·Martinez Sevilla>

특히 샌들은 고대인이 불규칙한 동굴 내 지면을 딛는 데 유용했을 것으로 연구팀은 생각했다. 조사 관계자는 "현대의 신발은 끈을 이용해 발에 딱 맞게 착용하는 개념이지만, 당시는 최소한의 밴드 같은 구조물을 통해 발가락 2개에 고정하는 간단한 형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샌들은 바구니와 같이 고대인들의 세공 기술이 상당한 수준이었음을 알게 해준다"며 "유럽에서 농경 사회가 태동하기 전 인간이 과연 어떻게 생활했는지 보다 자세히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학계는 세계 각지의 동굴에서 고대인의 신발이 발견되면서 옛 인류가 어떤 방식으로 생활하고 사냥했는지 보다 폭넓은 연구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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