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농약 대신 개미를 이용하면 보다 높은 해충 구제 효과를 얻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학계는 개미를 활용해 농약이 필요 없는 농작물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브라질을 포함한 국제 연구팀은 최근 생물 학술지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낸 논문에서 개미를 동원한 해충 구제 효과를 소개했다. 연구팀은 토양을 오염시키고 작물에 잔류해 다양한 해를 주는 농약을 개미가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작물과 이를 섭취하는 사람 및 동물은 물론 토양 및 주변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는 농약을 대체할 방법을 고안해 왔다. 상황에 따라 농약보다 성능이 뛰어나고 지속 가능하면서 저렴한 해충 구제 방법은 관련 학계의 오랜 숙제이기도 하다. 특히 농약은 꿀벌 같은 작물의 수분을 돕는 익충까지 죽이는 등 부작용이 만만찮다.
연구팀이 개미에 주목한 건 작물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고유한 특성 때문이다. 개미는 인간이 키우는 작물에는 손대지 않고 그곳에 모여드는 진딧물 같은 벌레를 잡아먹는다. 연구팀은 이를 이용하면 작물을 지키는 강력한 우군을 얻을 것으로 여겼다.
사실 개미에 의한 해충 구제 효과는 여러 조사에서 확인됐다. 중국 감귤류 농가는 이미 수 세기 전부터 개미를 과수 해충 방지에 써왔다. 연구팀은 개미에 의한 해충 구제 관련 52개 선행연구를 분석, 작물 총 17종에 천연 살충제 개미가 사용됐음을 밝혀냈고, 여기에 농약을 사용할 경우 효율을 따졌다.
그 결과 17개 작물 모두 농약보다 개미의 해충 구제 효과가 높았다. 일부는 농약보다 개미의 구제 결과가 훨씬 뛰어났다. 실험 관계자는 “돈을 들여 많은 농약을 사지 않고도 개미를 끌어들여 일부 작물을 키우는 편이 낫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작물에 따라 개미가 해충 잡기에 부적합한 경우도 확인됐다. 실험 관계자는 “개미가 가장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반나절 해가 드는 조건에 자라는 작물들”이라며 “꿀을 생산하는 작물은 달콤한 꿀을 얻기 위해 개미가 진딧물을 오히려 양성하므로 농약을 쓰는 편이 낫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연구팀은 농지의 면적과 상관없이 개미가 지속 가능하고 값싼 해충 퇴치 방법이라는 결론 내렸다. 연구팀은 이번에 드러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추가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