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접근하는 소행성에 조석력의 영향을 줘 충돌 위험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소행성 같은 지구 근접 물체(near Earth object, NEO)는 2022년 미 항공우주국(NASA)의 소행성 타격 미션 ‘DART’ 이후 부쩍 관심을 받고 있다.
스웨덴 룰레오공과대학교 등으로 구성된 국제 천문학 연구팀은 3일 이 같은 주장을 담은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행성이나 위성이 발휘하는 조석력이 NEO를 파괴하는 조석 파괴 현상은 1970년대 블랙홀과 주변 항성을 모델로 한 가설이 처음 제기했다.
연구팀은 NASA와 유럽우주국(ESA) 등이 실시간 추적하는 NEO들이 실제 지구에 거의 충돌하지 않는 이유를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지구와 달 사이의 인력에 의한 지구 조석력이 NEO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고 결론을 내렸다.
룰레오공대 행성과학자 미카엘 그랑빅 교수는 “지구의 조석력이 충분히 크면 다가오는 소행성은 조석 파괴 현상에 부서지고 분해될 것”이라며 “우리 가설이 맞는다면 지구는 어지간한 소행성과 충돌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행성이 행성의 강력한 조석력에 찢긴 사실은 이따금 관측됐다. 1992년 슈메이커 레비 9혜성은 목성의 조석력에 파괴됐고, 파편이 2년 뒤 목성에 충돌했다. 지구의 NEO도 같은 원리에 의해 부서진다는 주장이 수차례 제기됐지만 결정적 증거가 없었다.
미카엘 교수는 “지구에 의한 조석 파괴의 증거를 찾기 어려운 이유는 찢어진 소행성 파편이 다른 소행성과 쉽게 섞이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크기가 다른 소행성의 궤도를 계산하는 모델을 만들어 시뮬레이션한 결과 태양과 여러 거리에 있는 소행성의 수를 현실적으로 추산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소행성 궤도 모델을 토대로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실제 관측 데이터와 비교한 연구팀은 모델이 제시한 소행성 수가 훨씬 적다는 걸 깨달았다. 조석 파괴의 영향을 고려해 다시 시뮬레이션하자, 현실의 소행성 수와 비슷한 결과가 도출됐다.
미카엘 교수는 “이번 시뮬레이션은 지구나 금성의 조석력에 의해 소행성이 부서진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라며 “원래 한 덩어리였던 소행성 그룹을 찾기는 불가능에 가깝지만 여러 그룹을 조합하면 원형을 얼추 식별할 패턴도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연구에서는 지구 조석력에 파괴된 소행성 조각이 상당한 장기간 떠돌고 있을 가능성도 떠올랐다”며 “조석 파괴 이후 태양이나 행성에 충돌하거나 태양계에서 밀려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900만 년으로 계산됐다”고 덧붙였다.
이 점을 들어 연구팀은 조석 파괴 현상이 NEO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방어막인 동시에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천체를 숱하게 만들어내는 위협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