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에 관한 다양한 이슈가 부각되면서 남녀 구별을 없앤 ‘혼성 화장실(all gender toilet, 성중립 화장실)’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젠더 화장실은 불필요한 성의 구별을 없애자는 취지를 갖고 있지만 각종 성범죄, 특히 몰래카메라 범죄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며 찬반논란이 한창이다.

핀란드 정부는 15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지난달 일본 내 대사관 홍보시설 화장실을 혼성으로 조성했다고 발표했다. 핀란드 정부는 “이제 혼성 화장실은 더 이상 희귀한 시설이 아니다”며 “유럽은 물론 아시아 지역에서도 젠더 이슈가 표면화되면서 혼성 화장실이 보편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일 핀란드 대사관 내 홍보 시설 ‘홈 오브 핀란드’에 마련된 화장실은 5개 중 3개에 남녀 공용 마크가 부착됐다. 이곳 관계자는 “핀란드 수도 헬싱키 중앙도서관은 세면대를 둘러싼 형태로 혼성 화장실이 조성돼 있다”며 “이곳 역시 중앙도서관처럼 누구나 혼성 화장실 사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2ch 등 일본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논란이 벌어졌다. 성소수자를 위한 바람직한 시설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성범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찮게 제기됐다. 

혼성 화장실 <사진=pixagay>

아시아권 국가들은 혼성 화장실의 가장 큰 목적으로 젠더 갈등의 최소화, 구체적으로 성소수자 보호를 꼽는다. 일테면 남성인데 여성성을 가진 사람이 편하게 여성 화장실을 이용하도록 배려한 시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혼성 화장실을 늘려달라는 사람들도 주로 성소수자다. 문재인 정부가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을 도입하고 나서 혼성 화장실 설치를 원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왔다.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공유동 건물 등에 혼성 화장실이 들어섰다. 일본도 최근 몇 년에 걸쳐 관공서 등 공공시설과 공립학교, 대형 상업시설에 혼성 화장실이 조성되고 있다.

문제는 혼성 화장실이 불편하다는 의견도 적잖다는 사실이다. 젠더 이슈를 굳이 민감한 화장실까지 끌고 갈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일부 여성들은 혹시 모를 성범죄를 우려한다. 현재 도입되는 혼성 화장실이 과연 성범죄에 대한 대비가 충분하냐는 지적이 많다.

헬싱키 중앙 도서관(Helsinki central library)의 혼성 화장실 <사진=헬싱키 중앙 도서관 공식 홈페이지>

혼성 화장실에 대한 이런 인식은 유고나 불교문화권인 아시아 지역에서 두드러진다. 혼성 화장실이 ‘성소수자를 위한 전용 화장실’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와 달리 유럽에선 누구나 사용 가능한 화장실로 통한다. 젖먹이 등 어린아이를 동반한 여성이나 장애인, 일반인 가릴 것 없이 편리하게 사용한다. 일반 화장실보다 널찍한 개인 공간도 특징이다.

성범죄에 대한 우려는 아직 의견이 많이 갈린다. 성범죄자 입장에서 보면 일반 화장실보다 접근이 쉬운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상주 경비인력을 화장실에 배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김종일(47) 젠더십 디자이너는 “유럽처럼 혼성 화장실을 누구나 사용하는 분위기는 시간이 지나면 우리나라 같은 아시아권에서도 정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범죄 우려에 대해서는 “정부나 시설 관리 주체의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혼성 화장실에서 성범죄가 많다는 통계는 아직 없지만 시민 불안 해소를 위해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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