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기후변화를 바로잡지 못할 경우 이르면 10년 내 옥수수 수확량이 20% 넘게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척박한 환경 탓에 옥수수마저 키울 수 없게 된 영화 ‘인터스텔라’ 속 디스토피아가 실현되리라는 전망은 미 항공우주국(NASA)이 내놨다.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연구팀은 슈퍼컴퓨터를 동원한 기후변화 시뮬레이션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이달 초 발표했다. NASA의 실험 내용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푸드(Nature Food)에도 공개됐다.

연구팀은 빠르게 진행되는 지구온난화를 인류가 바로잡지 못할 경우 10년 내에 옥수수 생산량이 24% 감소하고 밀 생산량은 17%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밀 수확이 단기간에 증가하는 것은 기온 상승으로 밀 산지가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NASA는 설명했다.

NASA 연구팀은 시뮬레이션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슈퍼컴퓨터 두 대를 동원했다. 한 대로는 국제 인증 기후변화 표준 시나리오인 ‘5단계 결합모델 상호비교 프로젝트(The phase Five of the Coupled Model Intercomparison Project, CMIP5)’를 실시했다. 다양한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를 담은 5개 기후 모델을 만들어 지구 대기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피는 실험이다.

지구온난화를 방치하면 10년 내 옥수수 수확량이 24% 줄어든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다른 한 대의 슈퍼컴퓨터로는 환경변화로 작물이 직접 받는 영향을 들여다봤다. CMIP에 12가지 농업 모델을 적용해 기온과 강수량,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등 지표 변화에 따라 작물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두 슈퍼컴퓨터를 통해 각 작물에 대한 240개 기후·작물 시뮬레이션을 실시, 신뢰성 높은 결과를 도출했다”며 “영화 ‘인터스텔라’에 등장하는 옥수수를 비롯해 밀에 대해서는 거의 확실한 온난화 영향이 예측됐다”고 설명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적도 부근에서 재배되는 옥수수는 향후 생산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북·중앙아메리카나 서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브라질, 중국 같은 옥수수 곡창지대는 기온 상승의 영향으로 몇 년 안에 생산량 감소가 뚜렷할 것으로 NASA는 내다봤다. 따뜻한 지역에서 잘 자라는 밀은 오히려 생산 지역이 확대돼 생산량이 1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척박한 근미래 지구환경을 묘사한 '인터스텔라' <사진=영화 '인터스텔라' 스틸>

NASA는 지구온난화에 적극 대비하되, 환경 변화에 따른 영향이 작물별로 다른 만큼 대처 방법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대기오염으로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 물과 이산화탄소가 필요한 광합성이 활발해져 수확량 자체는 증가할 수 있다”며 “다만 일부 작물의 경우 영양 구성이 변화하는 등 악영향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온이 상승하면 열파(여름철 나타나는 이상고온현상)가 잦아져 작물이 나쁜 영향을 받지만 일부 농산물의 성장이 촉진되기도 한다”며 “지구온난화를 늦추는 건 당연하지만 농작물 별로 대처 방법과 적용 시기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구온난화 요소를 주로 대입한 이번 시뮬레이션에서 쌀과 콩 등 다른 작물의 수확량 변화는 분명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NASA는 “일부 지역에서 쌀의 생산량 감소가 예측됐지만 세계 전체로 보면 일관된 결과라고 단정할 수 없었다”며 “향후 시뮬레이션에서는 농법이나 품종개량, 경제적 상황 등 다른 영향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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